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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필수부품 '영구 자석', 중국 아닌 운석에서 얻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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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에 포함된 ‘테트라테나이트’의 모습. 전기차와 풍력 발전기에 들어가는 필수 부품인 영구 자석과 비슷한 성질을 지녔다. 최근 과학계에서 테트라테나이트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위키피디아 제공


전기 자동차와 풍력 발전기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부품인 ‘영구 자석’을 희토류라는 귀한 광물자원 없이도 만들 방법이 개발됐다. 운석에서 발견되는 영구 자석과 비슷한 성질의 물질인 ‘테트라테나이트’를 지구에서 재현하는 기술이 고안된 것이다. 희토류는 중국이 공급망을 지배하는 상황이어서 관련 산업계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주목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희토류를 원료로 하는 기존 영구 자석을 대체할 물질을 개발했다는 분석 결과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에 최근 발표했다. 영구 자석은 한 번 생긴 자기력이 쉽게 없어지지 않는 자석이다.

희토류는 란타넘, 세륨, 디스프로슘 등 총 17개의 원소를 뜻한다. 희토류라는 이름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종류에 따라 애초 자연계에 흔하지 않거나 정제하는 과정이 까다로워 얻기가 어려운 물질이다. 화학적으로 안정적이고 열과 전기가 잘 통하는 특징이 있다. 전자나 기계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된다.

특히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 풍력 발전기에 꼭 들어가야 하는 부품인 영구 자석은 희토류 없이는 못 만든다. 이 때문에 희토류 확보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문제는 영구 자석을 만들 때 필요한 희토류 생산지가 주로 중국이라는 점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2017년 전 세계 희토류의 81%가 중국에서 공급됐다. 지구 다른 곳에서 아예 희토류를 얻을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채굴과 정제 과정에서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등의 문제 때문에 단기간에 중국에 대한 전 세계의 의존도가 낮아질 가능성은 작다.

연구진은 돌파구를 테트라테나이트라는 물질에서 찾았다. 테트라테나이트는 뜨거웠던 운석이 천천히 식으면서 형성되는 ‘우주 자석’이다. 운석에 포함된 철과 니켈이 수백만년 동안 특정한 순서로 배열돼 만들어진다. 인간이 희토류를 재료로 인위적으로 만든 영구 자석과 성질이 거의 같다.

1960년대 과학계에서는 테트라테나이트를 인공적으로 합성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철과 니켈 합금에 중성자를 쪼이는 방식이었는데, 결과는 성공이었다. 하지만 기술적인 난이도가 높고, 운영에 비용이 많이 드는 시설을 곳곳에 짓는 일이 쉽지 않아 대량생산에는 실패했다.

연구진은 ‘인’을 사용해 돌파구를 찾았다. 인은 동물의 뼈나 치아에도 들어 있는 성분인데, 철과 니켈 합금에 일정량을 첨가하는 방법을 썼다. 그랬더니 인 덕분에 철과 니켈 합금이 테트라테나이트로 변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수백만년의 세월을 견뎌야 형성됐던 테트라테나이트를 단 몇 초만에 만들어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인이 철과 니켈 원자가 움직이는 속도를 크게 높인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공식 자료를 통해 “이번에 만든 테트라테나이트가 영구 자석으로 실제 쓰일 수 있는지 더 많은 확인이 필요하다”며 “주요 관련 기업들과 분석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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