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연금, 싱가포르 국부펀드도 돈 물려
헤지펀드·코인업체, 수천억원 손실처리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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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한때 세계 3위까지 올랐던 가상화폐거래소 FTX가 11일(현지시간) 파산 신청을 하면서 전 세계 금융권에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FTX의 이번 파산 신청을 두고 ‘코인판의 리먼 사태’ 및 ‘엔론 사태’로 칭하며 가상화폐 시장을 넘어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델라웨어주 파산 법원에 제출된 서류에 따르면 FTX는 최대 500억달러(66조2000억원) 부채를 안고 파산을 신청했다. 채권자는 10만 명이 넘는다. FTX는 보유 자산도 부채 규모와 동일하다고 법원에 신고했으나 정확한 실사를 거쳐야 한다고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FTX와 어떤 형태로든 금융 거래를 한 이해 당사자는 벤처캐피털, 연기금, 코인업체는 물론 개인 투자자와 유명인들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이중 가장 취약한 것은 개미투자자다. 코인 거래를 위해 FTX에 예치해둔 돈을 몽땅 날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투자은행 오펜하이머의 오언 라우 애널리스트는 FTX 소매 고객이 무담보 채권자로 분류될 수 있다며, 채권자로서의 우선 순위가 기관 투자자보다 낮아져 돈을 잃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FTX 투자로 손실이 예상되는 기관 투자자도 광범위하다. 지난 1월 FTX 투자금 조달에 참여한 캐나다 온타리오 교사 연금,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헤지펀드 타이거 글로벌과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 등은 각각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손실을 기록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실제 7500만달러(약 990억원)을 투자한 온타리오 교사 연금은 전날 성명을 내고 손실 가능성을 인정했다. 헤지펀드 세쿼이아 캐피털은 이미 2억1400만 달러(약 2800억원) FTX 투자금의 장부 가치를 전액 손실 처리했다. 헤지펀드 스카이브릿지 캐피털 창립자인 앤서니 스카라무치는 FTX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 지분 30%를 다시 사들여 FTX와의 관계를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블록체인 데이터 제공업체 앰버데이터의 파생상품 디렉터 그레그 마가디니는 “당장의 큰 공포는 전염 효과”라고 진단했다.
FTX와 금전 거래를 해온 코인 업체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FTX로부터 한때 자금 지원을 받았던 코인 대부업체 블록파이는 유동성 위기를 맞아 고객의 자금 인출을 중단했다. 가상화폐 업체 제네시스 트레이딩은 FTX 계좌에 1억7500만달러(약 2300억 원) 자금이 묶였다고 밝혔다. 코인 억만장자 마이크 노보그래츠 갤럭시디지털 최고경영자(CEO) 역시 FTX 관련 자금 7700만 달러(약 1000억원)를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밖에도 FTX의 계열투자사 ‘FTX 벤처’는 헬륨, 앱토스 랩스, 니어 프로토콜 등 50개 가상화폐 프로젝트에 투자했는데, 이들 스타트업들도 FTX 파산 신청으로 재정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FTX 파산 신청이 코인 업계를 넘어 수많은 금융 기관 투자자와 연관돼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코인판의 리먼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CNN 방송은 2008년 전 세계에 충격을 준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에 빗대 FTX 붕괴를 두고 ‘리먼 모멘트’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2001년 회계 부정으로 파산한 에너지 기업 엔론 사태를 거론하기도 했따. 그는 “금융상 오류가 아닌 사기의 냄새가 난다”며 “거대한 (코인) 재산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아무도 잘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폭발했다”고 말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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