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자 발생으로 봉쇄된 중국 베이징의 한 아파트 단지 앞을 방역요원들이 지키고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중국 최고 지도부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3기 첫 회의에서 ‘제로(0)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중국 정부는 생산 활동과 기본 생활 보장을 강조하며 해외 입국자와 밀접접촉자에 대한 격리 기준을 완화하는 등 방역 정책을 최적화 하기 위한 조치들을 발표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지난 10일 시 주석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코로나19 방역 업무에 관한 보고를 받고 전염병 예방·통제 작업을 최적화하기 위한 20가지 조치를 제시했다고 인민일보가 11일 보도했다.
상무위원회는 우선 이날 회의에서 “동태적 제로 코로나 방침을 확고부동하게 관철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상무위는 “현재 코로나19가 계속 변이하고 세계적으로 여전히 유행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신규 발생이 계속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인구와 취약 집단이 많으며 지역 발전이 불균형하고 의료 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부 지역의 전염병이 여전히 일정 규모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바이러스 변이 및 겨울과 봄의 기후 요인으로 전염병 확산 범위와 규모가 더욱 확대될 수 있어 방역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다”며 “반드시 전략적 역량을 유지하며 과학적이고 정확하게 예방·통제 업무를 잘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에서는 지난달부터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있다. 전날 하루 중국 본토에서는 1만535명의 감염자가 나왔다. 하루 전(8824명)보다도 1700명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본토 감염자가 1만명을 넘어선 건 지난 4월 상하이 봉쇄 당시 이후 6개월여만에 처음이다. 하루 감염자가 3000명을 넘어선 광둥(廣東)성과 허난(河南)성 등의 상황이 심각하다. 수도 베이징에서도 지난 6월 이후 처음으로 일일 감염자 수가 100명을 넘었다. 지도부는 이런 상황에서 쉽게 제로 코로나 정책을 수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무위는 다만 생산 활동과 기본 생활 보장 필요성을 강조하며 과도한 방역 조치를 취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무위는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 특성에 적응하고 방역 전선의 확장과 시간 연장을 피해야 한다”면서 “중점지역에 역량을 집중하고 코로나19 확산을 조속히 억제함으로써 최대한 빨리 정상적인 생산·생활 질서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정확한 예방과 통제를 준수하고 방역 작업의 효율성을 개선해 방역 조치를 더욱 최적화하도록 조정해야 한다”며 “형식주의와 관료주의, 일률적 관행 등을 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의 경제 활동과 일상생활에 큰 제약을 가져오는 전면적인 도시 봉쇄 같은 극단적인 방역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무원 합동방역통제기구는 상무위 결정에 따라 이날 일부 방역 완화 조치를 포함하는 최적화 조치를 발표했다. 일단 해외 입국자와 밀접접촉자 격리 규정을 현행 ‘7+3일(시설격리 7일+자가격리 3일)’에서 ‘5+3일(시설격리 5일+자가격리 3일)’로 단축하기로 했다. 또 해외 입국자에 요구했던 비행기 탑승 전 48시간 이내 2회 유전자증폭(PCR)검사를 1회로 줄이고, 확진자가 나온 항공편에 대해 운항을 일시 시 중단시키는 ‘서킷 브레이커’ 규정도 폐지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국내 방역 관리에 있어서도 그동안 고·중·저 3단계로 구분했던 위험 지역 관리 기준을 고위험과 저위험 2단계로 조정해 관리 통제 인원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더불어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에서 PCR 검사 범위를 확대하지 말고 감염원이나 전파사슬이 불분명한 경우가 아니면 행정구역 단위의 전수 검사를 실시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국무원은 “예방·통제 조치를 최적화하고 조정하는 것은 조치를 완화하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 변이의 새로운 특징에 적응하는 것”이라며 “예방·통제의 정확성을 높이고 전염병이 경제·사회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지도부가 장기적으로 제로 코로나 정책의 출구 전략을 찾고 있지만 전면적인 방역 완화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로빈 싱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에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미세 조정해 경제적 혼란을 줄이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겨울철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속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백신 접종과 대중의 인식 전환, 의료 능력 확대 같은 준비 단계가 3∼6개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래리 후 맥쿼리그룹 이코노미스트도 “중국 정책입안자들이 제로 코로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깨닫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갑자기 제로 코로나 종료를 선언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향후 6∼9개월이 재개방을 위한 과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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