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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OSEN '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

[홍윤표의 휘뚜루마뚜루] 선수, 팀장, 단장, 사장으로 ‘우승 반지만 무려 6개!!’ 민경삼 SSG 랜더스 대표는 그냥 ‘복 많은 야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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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목소리는 잔뜩 쉬어 있었고, 아직 피로가 채 가시지 않은 듯했다.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으나 우승의 진한 여운이 수화기 너머에서 그대로 느껴졌다.

민경삼(59) SSG 랜더스 구단 대표는 10월 8일 밤, 팀이 2022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다음, 들뜬 선수단의 치다꺼리를 모두 마친 뒤에야 비로소 그동안 뒷전에서 묵묵히 고생했던 구단 직원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인천의 한 포장마차에서 밤이 이슥토록 술잔을 기울이며 자축과 격려, 위로의 시간을 가진 것이다.

민경삼 대표가 9일 오전 통화에서 첫소리로 꺼낸 말은 “집단 지성”이었다. 우승은, 김원형 감독의 지휘 아래 코칭스태프가 호흡을 맞추고 프런트가 뒤에서 충실하게 바라지를 한 ‘협업의 결과물’이었다는 얘기였다.

‘집단 지성’은 비유의 표현이었으나 이제는 예전 감독들의 ‘독불장군식’ 지도력이 아닌, 현장과 구단 프런트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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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SSG 랜더스가 한국 프로야구 40년 사상 최초로 단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고 이른바 ‘와이어-투-와이어(wire to wire)’로 정규리그 1위에 오른 데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제패, 통합우승을 달성한 것은 그럴만한 까닭이 있다. 미리 앞날을 내다보고 선수단을 치밀하게 구성했고, 당연하지만 김원형 감독이 그 구슬을 꿰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를 떠난 추신수와 김광현을 차례로 영입한 것, 두산 베어스에서 FA로 나온 최주환을 데려와 전력의 ‘퍼즐’을 맞춘 것 모두 민경삼 대표의 ‘혜안(慧眼)’에서 비롯돼 정용진 구단주의 전폭지원으로 이루어졌다고 봐야겠다.

민경삼 대표는 ‘복 많은 야구인’이다. 그가 얻은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만 무려 6개다. 그것도 한국 프로야구 사상 유례가 없는 선수와 구단 직원, 팀장, 단장, 사장의 자리에서 차례로 받았던, 어찌 보면 ‘단계별 우승 반지’라는 표현이 가능하겠지만, 그의 숨은 노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 과정을 살펴보면 그가 단순히 ‘복과 운’이라는 우연에 기댄 것이 아니라 각고의 노력이 바탕이 됐음을 쉽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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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민경삼 대표는 LG 트윈스 선수 시절(2루수) 한국시리즈 첫 우승 반지를 낀 데 이어 1994년에는 LG 구단 운영부 대리(팀 매니저)로 다시 반지를 받았다.

SSG 전신인 SK 와이번스 구단으로 일터를 옮긴 뒤의 그의 활약상은 자못 눈부신 바가 있다. 2002년 운영팀장으로 당시 최고 포수였던 박경완, 2005년에는 LG에서 FA로 풀린 김재현을 전격적으로 영입, SK 우승의 토대를 닦았다. 그런 일들은 그가 물밑에서 기민하고 집요하게 추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SK는 마침내 김성근 감독의 지휘로 2007년에 첫 우승을 이루었고 그해 김재현은 한국시리즈 MVP(최우수선수)로 절정에 올랐다.

2007년과 2008년에 SK가 우승할 때 민경삼 대표는 운영본부장이었다. 2010년과 2018년에 에 SK가 한국시리즈 정상에 섰을 때 그는 단장 신분이었다. 2년간 구단을 떠났다가 2020년 시즌 뒤 사장으로 복귀, SK 구단이 ‘왜 실패했는가’를 성찰하고 새롭게 방향을 설정해 SSG가 인수한 다음에도 구단 대표로 창단 첫 우승의 영광을 누리게 된 것이다.

다소 장황했지만, 민경삼 대표의 ‘혜안과 식견’이 있었기에 삼미 슈퍼스타즈로부터 이어져 온 ‘인천 구단의 흑역사’를 종식하고 SK와 SSG에 이르러 찬란한 꽃을 피우게 된 것이라고 해도 그리 지나치지 않다.

그의 안목은 문학구장 친화적인 선수단 구성에서 빛난다. 장타력 있는 상징적인 선수들이었던 박경완→김재현→박재홍, 이호준→한유섬→최주환 등의 영입이나 발탁이 이른바 ‘구장 친화적’ 선수단 구성의 기획으로 성사된 것이고, 긍정의 결실을 보게 됐다.

단순히 그가 프로선수를 경험한 야구인이라는 출신과 성분을 넘어 구단의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눈’과 판단력을 갖추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울러 구단을 운영하는데 방향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우는 사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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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삼 대표는 “사장 때가 제일 어렵다”고 웃었지만 “감독이 전지전능하고 신(처럼 떠받들어지는)은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한다. 투수 코치하던 사람이 타격까지 다 건드려서는 안 된다. (구단 사장이) 마케팅, 회계를 다 알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그래서 ‘집단 지성’으로 파트별 전문성을 살려 협업을 해야 하는 것 (그런 시대)이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선택과 결정은 리더(감독)가 하는 것이지만 “남의 말을 들어주고 순간의 판단을 내리는 것이야말로 능력의 결정체”라는 얘기다.

SSG 랜더스는 올해 KBO리그 14개 투, 타 부문별 타이틀을 단 한 개도 따내지 못한 구단인데도 기어코 우승을 따냈다. 그 같은 사실은 ‘열정이 끓어 넘치는’ 정용진 구단주가 문학구장에서 펼쳐진 우승 시상식 때 밝힌 소감에서도 적시해 눈길을 끌었다.

8일 밤 정용진 구단주는 “(관중들 박수갈채와 연호 속에) 여러분 덕분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여러분, 정규리그 14개 개인상 중에 수상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우승팀입니다. 그런데 하지만 여러분 우리에게 1등이 있습니다. 그게 뭔지 아세요. 인천 문학구장 홈 관중 동원력 1위. 여러분들이 이룬 겁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정용진 구단주의 기업가다운 그 발언은 SSG가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강한 자긍심에서 우러나온 것이기도 하다.

SSG는 올해 10개 구단 가운데 홈구장 관중이 98만 1541명으로 2위인 LG(93만 163명)보다 5만 명 더 많았다. 관중 수는 성적에 따른 반사일 수도 있겠지만 프런트의 노력으로 드러난 표징이기도 하다.

민경삼 대표는 KBO를 향해 아주 중요한 제안 한 가지를 했다. 바로 현재 운영되고 있는 포스트시즌 체제에 대한 개선 방안이다.

“정규리그 우승팀이 포스트시즌에 들어가면 한 달 동안 (팬들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이런 운영으로는 야구가 죽는다. 미국처럼 같이 돌려 (경기가 늘어지지 않고) 단기간에 끝내야 한다. 이를테면 1위 팀에 1승을 주고 5위 팀과 맞붙게 한다든지, (예를 들어) 서울이나 부산 두 곳에서 경기하고 TV 중계도 동시에 한다면, 온통 화제가 프로야구에 집중되지 않겠는가”라는 얘기다.

포스트 시즌 운영 시스템의 개선은 진작부터 제기돼온 현안이기도 하다. 민경삼 대표의 제안대로 KBO도 야구인인 허구연 총재 체제인 만큼 차제에 진지하게 개선방안과 방향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

글. 홍윤표 OSEN 고문

사진.(위로부터) 11월 8일 우승 직후 정용진 구단주와 민경삼 대표, 헹가래 받는 장면, 단장 때인 2010년 김성근 감독과 우승 기쁨을 나누는 모습, 선수시절인 1990년 LG 우승 시상식에서(앞줄 오른쪽에서 6번째가 민경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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