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상품2팀 정서이 파트너(왼쪽)와 김지원 파트너 |
“제가 학생일 때만 해도 속옷은 당연히 ‘불편한 것’이라 생각했어요. 자주에 와서 제품을 개발하면서 그게 편견인 걸 깨달았죠.”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에서 언더웨어(속옷)는 효자 상품이다.
올해 1~10월까지 100억원 이상 팔리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60% 신장했다. 자주의 속옷 매출 신장률은 매년 30% 이상씩 꾸준히 늘고 있다.
3년 전만에도 3~4가지 스타일에 그쳤던 자주의 속옷 제품군은 끈이 없는 ‘노라인 언더웨어’ 등 올해 기준 약 50가지 스타일로 확장됐다.
최근에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를 중심으로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인증을 소셜미디어서비스(SNS) 등에 공유하는 열풍이 불며 주 고객층이 20~30대로 앞당겨졌다.
운동에 따른 신체 상태를 실시간으로 보기 위해 달라붙는 운동복을 입을 때 끈이 없어 속옷 라인이 보이지 않는 ‘노라인’은 여성 소비자들의 외관상 만족도로도 반영됐다. 자주의 속옷 매출 중 35%가 노라인 속옷이다.
노라인 브래지어가 평균 2만원대, 노라인 팬티 3종이 평균 1만원대라 부담이 적다는 점도 젊은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킨 요인 중 하나다.
자주 속옷을 담당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 정서이 파트너(36)와 김지원 파트너(27)를 지난 9일 만났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샘플을 들고 와 라인별로 다른 특징에 대해 말하는 그들에게 속옷에 대한 애정이 엿보였다.
자주 매장의 속옷(언더웨어) 코너. |
◇'자연 유래 소재 무봉제 속옷’ 1년간 실험
이들이 가장 앞세운 것은 ‘노라인 언더웨어’다. 정 파트너는 “자주에서만 볼 수 있는 제품”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소재 선별에 있어서 1년간 실험을 거쳤기 때문이다.
기존 ‘노라인 원몰드 브라’의 경우 나일론 75%와 폴리우레탄 25% 등 합성소재로 만들어져 자연유래소재 속옷을 원하는 고객들의 수요는 충족시키지 못했다.
그래서 프리미엄 면 100%를 활용한 ‘수피마 코튼’라인과 너도밤나무에서 추출한 재생 섬유인 ‘모달 120수’라인을 선보였다.
정 파트너는 속옷 라인을 추가하며 왜 그동안 속옷업체들이 자연유래 소재 노라인 속옷을 선보이지 않았는지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합성소재를 활용하면 신축성이 많은데 면과 같은 자연 유래 소재는 텐션(회복력)이 없어 빨래나 건조를 잘못하면 늘어나거나 빨리 헤진다”고 말했다. 그래서 통상 속옷 제품 제작 기간인 6개월보다 2배 이상의 시간을 들여 직접 공장 샘플들을 비교했다.
바느질 봉제 방식 대신 원단과 원단 사이를 접착하는 ‘퓨징 기법’을 고수했기에 단가 부담도 있었다.
그는 “봉제 속옷을 100개 만들 시간에 퓨징 기법의 노라인 속옷은 70개밖에 못 만든다”며 디자인실과 소싱팀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작업이라 말했다.
◇패션 부문으로 입사해 속옷 부서 배치…”이젠 SNS에 올릴 정도로 애정 생겨”
정 파트너는 경력으로, 김 파트너는 신입으로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주에 입사했다. 이들이 처음 지원했던 곳은 패션 부문. 그러나 이들이 배치된 곳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속옷’ 부서였다.
20대 초반의 나이로 패션 부문에 입사한 김 파트너는 처음에는 당황했다고 솔직히 말했다.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직수입 브랜드를 다수 취급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속옷 상품기획자(MD)로 첫발을 떼게 된 것이다.
디자이너가 옷을 만들듯이 스판을 더 넣어보며 탄성 있는 소재를 연구하고, 샘플만 5~6개씩 만들어 비교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에 가족·친구들도 칭찬하는 ‘편한 속옷’ 전문가가 됐다.
퓨징 기법으로 만들어진 노라인 언더웨어.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
김 파트너는 “처음에는 속옷 부서에서 일을 한다고 해서 당황했는데, 사실 어렸을 때부터 속옷은 불편한 동반자라는 생각에 되레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며 “지금은 편한 속옷을 만들며 엄마도 좋아하셔서 모녀가 매일 입는 제품을 만든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했다.
정 파트너 역시 스포츠웨어 회사에서 기능성 제품을 담당하다가 지난 2019년 이직했다. 스포츠 웨어 기능성 소재를 연구하다가 이를 속옷에 접목해보면서 전문성을 발휘했다.
그 역시 패션부문에 입사해 처음으로 속옷을 맡게 됐지만 지금은 자발적으로 본인의 SNS에 속옷 신제품을 올릴 정도로 애정이 생겼다고 한다.
그는 가끔 ‘속옷을 왜 SNS에 올려?’라는 피드백도 오는데 감춰야 할 부분이 아니라 자신의 신체를 정확히 알고 편한 소재의 속옷이 많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요람에서 무덤까지…키즈·중장년층 라인 개발해 속옷 업계 1위 목표
이들은 현재 있는 노라인 언더웨어 같은 ‘편한 속옷’을 확장하고 많이 알리고 싶다고 했다.
와이어 없는 브라, 여성용 사각팬티 등 몸을 옥죄지 않는 속옷 라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령대별로 그 신체에 알맞은 속옷을 내는 것이 목표다.
정 파트너는 “10대의 경우 신체의 변형 정도가 커 그 나이대에 맞는 편한 속옷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고, 중장년층이 원하는 편한 속옷 라인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파트너도 “속옷이 ‘불편함’이 아니라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편안함’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속옷 브랜드 1위 MD가 되는 게 목표”라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들은 내년 SS(봄·여름) 시즌 속옷 개발을 마치고 또 다른 자연유래 소재 속옷 라인을 선보일 예정이다.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통풍성이 좋은 소재인 ‘인견’을 이용한 노라인 속옷 등 자연유래 소재 속옷을 계속해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신혜 기자(shin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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