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생활 2년째…"힘들어도 희망 품을 것"
정부 도움 종료 후 이민통합지원센터서 특별기여자 지원…397명 정착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낭얄라이 하셰미(맨 왼쪽) 씨와 가족들 |
(인천=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누군가가 항상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도 스스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가족도 그걸 원해요. 도움만 받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거든요."
지난달 말 아프가니스탄 정부합동지원단 운영 종료를 맞아 7일 인천 서구의 자택에서 만난 아프간 특별기여자 낭얄라이 하셰미(34)씨는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가 천천히 속마음을 꺼냈다.
그는 지난해 8월 무장세력 탈레반이 다시 정권을 잡자 아내와 두 아이를 데리고 아프간을 탈출해 한국 땅을 밟았다. 공항 입구에서 두 차례 출국이 거절되는 등 우여곡절도 있었다.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이 아프간 지원을 위해 설립한 한-아프간 직업훈련원에서 건축 교사로 일한 경험이 있어 막판에 간신히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인터뷰하는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낭얄라이 하셰미 |
그는 충북 진천과 전남 여수에서 5개월간 국내 정착 교육을 받은 뒤 올해 1월 인천에 정착했다. 처음엔 한 플라스틱 제조업체에 취업했지만, 건강상 이유로 6개월 만에 그만뒀다. 요즘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러 다니며 새 직장을 찾고 있다.
모국에서는 전기공학을 전공한 뒤 경제학도 공부했다. 내전 등 현지 상황이 악화하면서 코이카 인력이 아프간에서 철수한 뒤에도 고등학교 수학 교사로 일하는 등 한때 이른바 잘나가는 '화이트칼라'였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공장 근무는 쉽지 않았다. 기계가 가동되면 2교대 근무로 1주일 내내 쉼 없이 일했다. 하루에 15시간씩 공장에 있는 날도 많았고, 과로로 두 번 쓰러졌다. 업무가 서툴러 머리가 기계에 끼일 뻔한 위기도 있었다.
하셰미 씨는 "모국에서 사무직이었는데 한국에서는 처음 접하는 일을 하려다 보니 무서웠다"며 "외국인을 뽑는 회사가 많지 않고 한국어 의사소통이 완벽하지 않아 단순한 일밖에 할 수 없어서 힘들다"고 토로했다.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국내 취업 현황 |
법무부에 따르면 이달 2일 기준 아프간 특별기여자 가구 대표 78명(가족 포함 397명) 중 68명이 취업, 10명이 미취업 상태다.
정부합동지원단 운영이 종료되면서 정착 현황 모니터링 등 후속 지원 업무는 정착지를 관할하는 출입국·외국인 관서 이민통합지원센터가 맡는다. 특별기여자는 울산과 경기, 인천, 충북, 경북 등에 흩어져 있다.
하셰미 씨는 "가족이 많아 미래에 대한 걱정이 크다"면서도 "힘들어도 희망을 품고 열심히 살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에서 살고 싶었던 게 어릴 적부터 오랜 꿈이었기에 만족한다고 했다.
그는 "수도 카불에서는 종종 폭발물 테러가 일어나기 때문에 늘 위험 속에서 살았다"며 "무장세력이 곳곳에 숨어 있어서 카불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도 어렵고, 혼자 길거리를 돌아다닐 수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인천에 보금자리 마련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가족들 |
부인 나질라(29)와 아들 오메르(5), 딸 모하다사(4)를 가리키면서는 "아프간에서는 인간답게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10%도 없었다"며 "초기 적응을 도와준 한국 법무부를 비롯해 아이들이 차별 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도와준 많은 분께 고맙다"고 전했다.
모국에서 옷 만드는 일을 한 나질라 씨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을 돌보며 집안일만 한다. 한국에서도 당당히 일하고 싶다는 그는 우선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집에 혼자 있으면 우울해지곤 했지만 이제 괜찮다"며 웃어 보이기도 했다.
하셰미 씨는 "집 앞 공원에서 만나곤 하는 한국 사람들이 따뜻하게 대해 준다"며 "한국어는 서툴지만, 한국 생활의 어려움과 보람, 불만 등에 관해 편하게 이야기하는 게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라고 했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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