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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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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변호사들 "전화 안받았으니 스토킹 무죄? 맥락 못 본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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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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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여성변호사회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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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받지 않았으므로 스토킹 혐의가 무죄라는 법원 판결에 여성 변호사단체가 유감을 표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여변)는 8일 성명을 내고 "스토킹 행위의 정의 규정을 지나치게 법 기술적으로 해석해 스토킹 피해 행위의 맥락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인천지법 형사9단독 정희영 판사는 전 연인에게 반복해서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스토킹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4)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전화를 계속 걸었는데도 상대가 받지 않아 벨 소리만 울리고 부재중 전화로만 표시됐다면 스토킹 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벨 소리는 정보통신망법상 '음향'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스토킹 처벌법이 정의하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말·음향·그림 등에 도달하게 하는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변은 "정보통신 서비스 이용자를 보호하려는 정보통신망법과, 스토킹범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스토킹 처벌법의 입법 목적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스토킹처벌법의 입법 목적과 정의 규정에 관한 면밀한 검토를 비롯해 피해자 관점의 판단을 통해 사건을 바라보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끝으로 단체는 "현행법이 스토킹 행위 유형을 다섯 가지로 협소하게 정의하고 있으며 이런 제한적인 열거 방식의 규정이 현실에서 다양하게 일어나는 스토킹 행위를 제대로 포함할 수 없다"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 이날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박효주 기자 ap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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