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벨소리는 정보통신망 아냐"… 스토킹법 적용 어려워
일각에서 '스토킹법 취지 이해 못한 판결' 비판도
"판결에는 문제없어… 법 개정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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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로앤피]
‘스토킹 전화’도 상대방이 받지 않으면 무죄라는 판결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인천지법 형사9단독(판사 정희영)은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3월 26일부터 6월 3일까지 A씨는 이전에 연인 관계였던 B씨에게 반복적으로 전화를 걸어 스토킹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주로 휴대폰 번호가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않는 ‘발신 표시 제한’ 기능을 이용해 전화를 걸었다. A씨가 하루에 4시간 동안 10차례 연속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B씨는 받지 않았다.
법원은 “상대방이 받지 않아 벨소리만 울렸다면 스토킹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그 근거로 2005년 대법원 판결을 들어 논란이 된 것이다.
2005년 당시 대법원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스토킹과 유사한 행위를 처벌하고 있었다.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7(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
①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를 유통하여서는 아니 된다.
3.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
대법원은 벨소리가 정보통신망으로 송신된 음향이 아니라며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2021년 스토킹처벌법이 도입된 후 나왔다는 점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스토킹처벌법에서는 다음과 같이 스토킹 행위를 정의하고 있다.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스토킹 행위”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反)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하여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다. 우편·전화·팩스 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1호의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물건이나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이하 “물건등”이라 한다)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전문가들은 정희영 판사의 판결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법무법인 강남의 이언 변호사는 “전화를 계속 걸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처벌하면 형사법의 과잉일 것”이라며 “스토킹 행위의 범위를 넓히더라도, 스토킹 행위의 고의 여부는 별개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 아무 의사표시 없이 전화 시도만 계속한 것이라면 스토킹 범죄를 인정하지 않은 이 판결에 어떤 잘못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모 변호사도 법원의 판결을 문제 삼기보다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스토킹법 2조 1호 다목이 우편·전화·팩스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스토킹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글 말 부호 음성 등이 도달하지 않았으니 이런 판결이 나올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을 명확히 개정하는 방향이 옳다”고 주장했다.
아주경제=성석우 인턴기자 slallstar@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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