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경찰청장, 등산 후 캠핑...서울경찰청장은 집회 통제 후 퇴근
자리 비운 '컨트롤타워' 112상황관리관...줄줄이 '늑장보고'
前용산서장, 참사 한시간 뒤 현장 도착...도착 기록 '허위보고' 의혹]
자리 비운 '컨트롤타워' 112상황관리관...줄줄이 '늑장보고'
前용산서장, 참사 한시간 뒤 현장 도착...도착 기록 '허위보고' 의혹]
이태원 참사 당일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총력 대응을 지시한 건 사고가 터지고 2시간 가까이 흐른 뒤였다. 지휘부 '눈'이 돼야 했을 일선 경찰서장은 현장에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했고 '귀'가 돼야 했을 상황관리관은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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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발생 1시간20분 뒤 들어간 첫 보고...전화 아닌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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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6일 경찰청에 따르면 윤 청장은 지난달 29일 충북 제천을 방문해 지인들과 등산하고 밤 11시쯤 캠핑장에서 잠들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밤 10시15분부터 잠들 때까지 상황보고는 없었다.
경찰청 상황담당관은 사고 발생 1시간17분 뒤인 밤 11시32분 윤 청장에게 문자 보고를 했다. 윤 청장은 문자를 확인하지 못했다. 상황담당관은 20분 뒤 전화했지만 윤 청장은 받지 못했다.
윤 청장은 이튿날 오전 0시14분에야 상황담당관 전화를 받고 서울로 출발했다. 이어 오전 0시19분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전화해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 사고가 난 지 2시간가량 흐른 시점이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사진=뉴스1 |
윤 청장 전화를 받을 당시 김 청장은 택시를 타고 이태원 현장에 가고 있었다.
김 청장은 참사 당일 광화문 일대와 삼각지역에서 열린 진보·보수 단체 집회 상황 관리를 위해 오후 1시2분 청사 집무실에 출근했다. 집회는 저녁 8시30분쯤 끝났다. 김 청장은 저녁 8시32분 집회 관련 무전 격려를 하고 4분 뒤 퇴근했다. 이후 지하철을 타고 밤 9시20분쯤 대치역에 내려 귀가했다.
김 청장에게 첫 보고는 밤 11시34분에 이뤄졌다. 이태원이 관할 지역인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이 전화했지만 김 청장이 받지 못했다. 2분 뒤 김 청장은 '부재 중 전화'를 보고 이 전 서장에게 전화했고 처음 상황을 보고받았다.
김 청장은 10분 뒤인 밤 11시44분 서울경찰청 경비과장에게 전화해 가용부대를 급파하라고 지시했다. 3분 뒤에는 홍보담당관에게 전화해 위기대응체계를 가동하라고 지시했다. 또 밤 11시48분에는 112치안종합상황실장에게, 56분에는 기동본부장에게 전화해 가용부대를 급파하라고 지시했다.
김 청장은 앱으로 택시를 호출해 밤 11시56분쯤 탔다. 용산경찰서 상황실은 밤 11시57분 서울경찰청 상황실로 첫 상황보고를 했다. 김 청장은 밤 11시58분 택시 안에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 59분 교통안전과장에게 전화해 교통경찰을 추가 배치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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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비운 '컨트롤타워' 상황담당관...前용산서장은 '허위보고'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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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들과 외국인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스1 |
당시 류미진 총경(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이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 근무를 서고 있었다. 야간에는 사실상 퇴근한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 역할을 하는 자리다.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실에는 참사 4시간 전부터 '압사 당할 것 같다'는 신고가 11건 접수됐다. 참사 직후에는 소방청, 서울소방재난본부에서 공동대응 요청이 15건 접수됐다.
류 총경은 참사 발생 후 1시간46분이 흐른 30일 오전 0시1분 김 청장에게 문자 보고를 했다. 류 총경은 당시 자신의 사무실에 있다가 참사 발생 1시간이 흐른 뒤 상황실에 복귀했다고 전해졌다.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당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차 우회를 시도한 녹사평역과 차에서 내린 이태원 앤틱 가구거리, 압사 사고가 난 해밀톤호텔 옆 골목./사진=네이버 지도 화면 캡쳐 |
김 청장에게 첫 보고도 참사 발생 1시간20여분 뒤에 이뤄졌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참사 직전 관내에서 열린 도심 집회 통제를 지휘하고 있었다. 그는 집회가 끝나자 밤 9시24분쯤 용산경찰서 주변 설렁탕집에 가서 식사를 했다. 이후 밤 9시47분쯤 관용차량을 타고 이태원으로 출발했다.
이 전 서장은 밤 9시57분~10시쯤 이태원역과 700m쯤 떨어진 녹사평역 근처에 도착했다. 하지만 교통 정체로 이태원 방향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전 서장은 경리단길 등으로 우회를 시도하다가 실패했고 1시간가량 흐른 밤 10시55분쯤 이태원 엔틱 가구 거리에서 하차했다. 이어 5분쯤 걸어 밤 11시5분쯤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다.
참사가 발생한 지 50분 정도 흐른 시점이었다. 만일 차에서 내려 걸었다면 참사 직전이나 직후 현장에 도착했을 수 있다. 녹사평역 부근과 참사 현장은 도보로 10여분 거리다.
결과적으로 김 청장에게 보고도 늦게 들어갔고 현장 대응도 부실했다. 참사 직후 현장에는 인파 통제를 위한 경찰 기동대가 한 부대도 투입되지 않았다. 용산 일대에 야간 거점 근무를 서던 기동대가 한 부대 있었는데, 해당 부대는 이 전 서장 지시를 받고 참사 한 시간이 지난 밤 11시40분쯤 현장에 투입됐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시 행적을 허위보고한 의혹을 받고 있다. 참사 당시 용산경찰서 상황보고서에는 이 전 서장이 사고 발생 5분 뒤인 밤 10시20분쯤 현장에 갔다고 돼 있었다. 이 전 서장이 실제로 도착한 시간과 1시간쯤 차이가 있다.
경찰청 특별감찰팀(특감팀)은 이 전 서장과 류 총경을 대기발령했다. 이어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에 수사를 의뢰했다. 특감팀은 지난 3일 "(이 전 서장과 류 총경이)업무를 태만히 수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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