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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만화와 웹툰

한국 웹툰·자본에 일본 감독…OTT 시대, K콘텐트가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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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트 세계로 간다 ⑦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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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대이고, ‘보여주는 시대’잖아요. 이 소재를 가장 한계 없이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서 일본의 미이케 다카시(三池崇史·62) 감독에게 제안하자 사흘 만에 ‘하겠다’고 답이 왔어요. 자신이 가장 잘 하는 분야인데 어떻게 알고 연락했냐더군요.”

한국 드라마 최초로 일본 감독을 연출에 기용한 ‘커넥트’를 다음달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로 선보이는 송진선(49) 스튜디오드래곤 CP(책임 프로듀서)의 말이다.

공포·스릴러·코미디 등 장르를 넘나들며, 기상천외한 신체 훼손 묘사의 귀재로 꼽혀온 미이케 감독이 ‘커넥트’로 처음 드라마 연출에 도전했다. ‘커넥트’는 신대성 작가의 동명 웹툰(2019~2020)이 원작이다. 한쪽 눈을 빼앗긴 채 살해당했던 주인공이 미스터리하게 부활해 자신의 눈을 이식받은 사람과 연결(커넥트)돼 복수에 나서는 내용의 잔혹극이다. 정해인·고경표·김혜준이 주연으로 나서고, 스튜디오드래곤이 공동 제작을 맡았다.

“감독 제안 사흘 만에 하겠다고 답변”

이 작품은 총 6부작 중 1·2화를 지난달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했다. 자본과 원작 IP(지적재산)가 한국인 작품이 외국 감독과 손잡고 글로벌 OTT를 통해 해외 시장을 공략한다는 점에서 K콘텐트의 지평을 확장한 사례로 주목받는다. K콘텐트의 창작자 국적이 한국 밖으로 넓어졌다는 의미다. CJ ENM이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60) 각본·연출로 만든 한국 영화 ‘브로커’에 이어서다.

24일 서울 상암동에서 만난 송CP는 “해외 창작자와 손잡은 K콘텐트 기획이 더욱 활발해지는 추세”라며, “‘커넥트’는 기획 때부터 한국을 넘어 ‘아시아 익스트림’을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아시아 익스트림은 2000년대 초반 영국의 한 독립배급사가 아시아 장르 영화를 유럽 시장에 소개하며 내세운 브랜드로, 한국의 박찬욱·김기덕·김지운, 일본의 미이케 다카시 등 표현 수위 높은 공포·스릴러가 주를 이뤘다. ‘커넥트’는 기획 단계부터 서구권에 팬덤이 형성돼온 아시아 장르물에 대한 이런 이미지를 시장 개척에 활용하려 했다는 것이다.

웹툰 원작의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여신강림’ ‘부암동 복수자들’ 등에 참여해온 송CP는 ‘커넥트’ 웹툰을 점찍은 이유로 원작 세계관의 확장성을 지목했다. 그는 “신체 부위가 이식됐다는 상황만 있는 게 아니라 이 ‘커넥트’ 능력을 어디까지 확장시켜갈지 끊임없이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며 “미이케 감독과 시즌1을 하며 시즌2 이야기도 같이 고민했다. 왜 이 시대에 ‘커넥트’ 능력 아이들이 탄생했는지 근원적 질문을 하면서 이야기를 확장해갔다”고 말했다.

일본 거장 이마무라 쇼헤이(今村昌平·1926~2006) 감독의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미이케 감독은 박찬욱 감독과 나란히 아시아 거장들의 공포 옴니버스 영화 ‘쓰리, 몬스터’(2004)에 참여하는 등 장르물의 귀재로 꼽힌다. 유혈이 낭자한 살인극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되묻는 작품이 많다. 송CP는 특히 그가 동명 소설을 토대로 만든 사이코패스 공포영화 ‘악의 교전’(2012)을 인상 깊게 봤다고 했다. 이 영화는 집단괴롭힘·성희롱이 만연한 고등학교의 한 교사가 한 학급 전체를 몰살시키려 하는 내용이다. 송 CP는 “‘커넥트’가 ‘악의 교전’ 톤으로 전달되면 낯설기도 하고 새롭기도 하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020년 연출을 제안하면서 송CP는 사전에 작가와 1년 반 가량 개발한 시나리오를 건넸고, 미이케 감독은 이를 토대로 일본 작가와 작업한 초벌을 한국에 보내와 서로 의논하며 각색했다. 일본어에 능통한 송CP가 양국 작가의 장점을 조율하는 중간다리 역할을 했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익스트림’ 표현

작업 방식에서 충돌은 없었는지를 묻자 송CP는 사례를 하나 들었다. 웹툰 이야기를 살찌워가는 부분에서 미이케 감독이 ‘한국 드라마라면 이래야 하지 않나’라며 식상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자 송CP는 “당신과 작품을 함께하고 싶은 이유는 신체 훼손을 통해 엔터테인먼트를 주는 B급 장르를 해왔기 때문”이라며 “한국 드라마, 일본 드라마 형식을 나누지 말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걸 가감 없이 얘기해주면 좋겠다”라고 주문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마지막 5·6부는 감독과 송CP가 핑퐁하듯 의견을 주고받으며 둘만의 각색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는 “프로듀서로서 재밌게, 창작적인 부분에 많이 참여하며 감독과 소통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말했다.

송CP는 “한일간 숱한 차이에도 무리 없이 드라마를 완성할 수 있었던 건 어떤 상황에서도 ‘안 된다’고 하지 않는 미이케 감독의 열린 태도, 그리고 김지용 촬영감독(영화 ‘남한산성’ ‘헤어질 결심’)을 비롯한 한국 스태프들의 노련함 덕분”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법대 출신으로 만화 스토리 작가로 출발한 송CP 자신도 14년 간의 드라마 경력을 총동원해 뛰어든 작품이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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