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카 외 헬멧 착용…방패·진압용 막대도 들어
약 100명으로 구성…여성인권 탄압 속 일각선 긍정 평가
부르카를 착용한 아프간 여성 경찰. |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여성 인권 침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아프가니스탄에서 부르카를 착용한 '여성 경찰기동대'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아프간 탈레반 정부 내무부는 1일 유튜브 등 자체 소셜미디어(SNS) 홍보 채널에 이같은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 속 여성들은 모두 눈 부위만 뚫린 채 온몸을 가린 이슬람 복장 부르카를 입었다.
일부는 '경찰'이라고 적힌 방패를 들었고 헬멧도 착용했다. 진압용 긴 막대를 든 이의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탈레반 정부가 시위·폭동 진압 등 다양한 활동을 위해 뽑아 훈련한 여성 경찰 100여명 중 일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은 전 정부에서 경찰로 이미 일했던 이들이다. 전 정부에서는 약 4천명의 여성 경찰이 치안 유지 등에 투입됐다.
카리 유수프 아흐마디 탈레반 정부 대변인은 EFE통신에 "이들은 필요할 때 폭동 대응 병력에 합세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경찰 중 한 명인 하디지는 "훈련 과정에서 매우 유용한 것을 배웠다"며 "이제 우리는 치안을 위해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아프간 재장악 후 여성 인권을 압박하던 탈레반이 이같은 여성 경찰기동대를 출범시켰다는 점은 상당히 주목되는 일이다.
탈레반이 체제 홍보를 위해 관련 시도를 했다고 하더라도 여성을 직접 고용했다는 점 자체는 평가받을 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프간 톨로뉴스는 정치 전문가를 인용, 탈레반의 이번 여성 경찰 고용은 아프간 사회의 치안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탈레반은 재집권 후 체제 정비에 힘쓰고 있지만 관련 인력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아프간에서는 최근 일부 여성들이 교육과 취업 등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며 자주 시위를 벌이는데 매번 남성 탈레반 대원이 진압에 나서고 있다.
여성 경찰 자흐라는 전 정부에서 경찰로 일했던 여성들에게 복귀해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라고 요청하면서 "이에 아무런 압력이나 위협은 없다"고 강조했다.
탈레반 정부도 앞으로 여성 경찰 인력을 더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흐마디 대변인은 이번 일은 앞으로 계속 진행될 과정의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탈레반이 여성 경찰 고용을 계기로 여성 인권을 전반적으로 개선할지는 여전히 의문인 상황이다.
탈레반은 재집권 후 여성 인권 존중, 포용적 정부 구성 등 여러 유화책을 약속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특히 올해 들어 여성 인권은 크게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탈레반 정부는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의 등교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음에도 지난 3월 새 학기 첫날 말을 바꿨다.
여성은 남성 보호자 없이는 장거리 여행도 할 수 없게 됐고, 여성에 대해서는 얼굴을 모두 가리는 의상 착용도 의무화됐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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