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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토끼머리띠 찾았다"…알고보니 "억울"

아이뉴스24 홍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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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토끼머리띠 찾았다"…알고보니 "억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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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홍수현 기자] 경찰이 핼러윈 이태원 압사 참사의 원인 규명을 위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네티즌 수사대도 열을 올리고 있으나 정확한 검증 절차 없이 이뤄지는 무분별한 신상털이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9일 이태원 압사 참사가 일어난 사고 현장 골목이다. 이날 이태원에는 약 10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29일 이태원 압사 참사가 일어난 사고 현장 골목이다. 이날 이태원에는 약 10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29일 참사 직후부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사고 현장에 있었거나 이를 목격한 사람의 증언이 무수히 쏟아졌다.

이들의 증언에는 일부 공통된 부분을 찾을 수 있는데 "성인 몇몇이 뒤에서 밀어! 밀어! 라고 외치기 시작한 때부터 도미노처럼 사람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동물 모양 머리띠를 착용하고 있었다" "외국인을 포함한 한국 남성 무리다"로 모인다.

수사본부를 꾸린 경찰도 이같은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사고 지역 인근의 폐쇄회로(CC)TV를 다수 확보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이다.

네티즌 수사대도 나섰다. 이번 사건은 발생 초기부터 워낙 많은 현장 소식이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확산됐기 때문에 희생자들에 대한 2차 피해를 두고 염려의 목소리가 제기됐지만, 일각에서는 그만큼 많은 자료가 있으므로 조각을 맞추다 보면 틀림없이 위의 인물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의 목소리도 나온 터다.

네티즌 수사대는 결국 사고 현장에 있던 토끼 머리띠를 한 남성 A씨를 특정했으나 정작 그는 이번 사건과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누리꾼들은 애초 그가 사고 현장에 있었고 "밀어! 밀어!"를 외친 무리의 특징 중 하나로 꼽힌 토끼 모양 머리띠를 착용 중이며 헤어스타일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A씨 얼굴을 모자이크도 없이 온라인에 유포했다. 이에 A씨에게는 엄청난 비난·비판 댓글 폭탄이 떨어졌다.

사고 최고 신고 시각은 10시15분이다. A씨가 공개한 지하철 탑승 내역에 따르면 그는 이미 오후9시55분 이태원역을 떠났다. [사진=A씨 SNS 캡처]

사고 최고 신고 시각은 10시15분이다. A씨가 공개한 지하철 탑승 내역에 따르면 그는 이미 오후9시55분 이태원역을 떠났다. [사진=A씨 SNS 캡처]



논란이 확산하자 A씨는 직접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토끼 머리띠' 남성은 자신이 아니라는 해명글을 증거와 함께 올렸다.

"저와 친구가 핼러윈 사고 현장 범인으로 마녀사냥당하고 있다"며 운을 뗀 A씨는 "토끼 머리띠를 하고 그 날 이태원에 방문한 사실은 맞다"면서도 "사고 당시 저와 친구는 이태원을 벗어난 후"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는 이에 대한 증거로 사고 당일 지하철 탑승 내역을 공개했다. 이태원 사고의 최초 신고 시각은 오후 10시15분이다. A씨가 공개한 탑승 내역을 보면 그는 오후 9시55분 이태원역에서 지하철을 탑승한 뒤 10시17분 합정역에서 내린 것이 확인됐다.

A씨는 "오해는 할 수 있겠지만 마녀사냥은 그만 멈춰주시길 바란다"며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네티즌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그는 "이태원에 간 건 맞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합정역으로 자리를 옮겼다"며 "사고 현장을 지나친 건 맞다. 그러나 절대 사람들을 밀지 않았다. 지금 내가 밀지 않았다는 증거, CCTV 등을 구하러 이태원역에 가고 있다"고 1일 조선닷컴에 입장을 밝혔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일 오전 기준 이태원 압사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사망자 155명, 부상자 152명 등 총 307명이라고 밝혔다.

/홍수현 기자(soo0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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