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대참사…여권, ‘세월호 트라우마’에 긴장감

세월호 참사 이후 8년만에 최악 참사 발생에

여야, “초당적 협력” 일단 한 목소리 냈지만

여권, ‘민심 이반’ 우려 속 강력한 내부 단속 시작

이상민 장관 발언 질타도…“적절한 발언 아니다”

정쟁화 조기 차단 총력…권성동 “슬픔, 분노 전도 안돼”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배두헌·신혜원 기자]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8년 만에 국내에서 역대급 인명 피해 사고가 발생하면서 국민의힘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여당은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부실 대응 논란이 민심 이반의 시작점이자 ‘탄핵의 도화선’이 됐던 트라우마가 있는 만큼, 이번 이태원 참사 관련 민심의 향배를 매우 예민하게 살피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31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전날 ‘경력 배치로 막을 수 없었다’는 등의 발언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종혁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오전 YTN라디오 ‘박지훈의 뉴스킹’에서 “일반 국민들이 들으시기에 적절한 발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사후약방문이지만, 좀 더 세심한 배려와 준비를 했어야 된다”고 지적했다.

김기현 의원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국민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동참하는 모습이 아닌 형태의 그런 언행은 조심해야 한다”면서 “사람이 10만명 모인다는 식의 얘기가 있었기 때문에 사전에 교통대책, 그리고 안전을 위해서 통행을 제한하든지 현장에서 사람들이 밀집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그런 대책을 세웠어야 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점에 대해 굉장히 소홀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이 장관은 전날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면서도 “서울 시내 곳곳에서 소요와 시위가 있어 경찰 경비 병력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참사의 정쟁화를 사전 차단하는 언급도 나왔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경찰관과 소방관들을 비난하는 유언비어가 유포되기 시작했다. 지금은 추모의 시간이다”며 “슬픔을 나누고 기도해야 할 시간이다. 정부의 사고수습과 원인규명 및 지원책 마련을 차분히 지켜봐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성동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적 슬픔을 당파적 분노로 전도시켜서는 안 된다. 추모를 정쟁으로 변질시켜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사고가 국가적 참사임을 감안해 정쟁을 자제하고 ‘선(先) 사고 수습’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향후 사고 원인 규명 단계에서는 경찰력 배치 등 당국·지자체의 안전관리 소홀 이슈를 짚겠다고 벼르고 있다.

여당은 말실수 등 설화 한 번에 민심이 요동칠 수 있는 만큼 강력한 내부 단속에도 나섰다. 당 지도부는 전날 각 시·도당에 보낸 긴급 공문에서 불필요한 공개 활동·사적 모임·음주·SNS 글 게시 등 자제, 공식 행사에서 검은 리본 패용, 정치 구호성 현수막 즉시 철거 등 행동 수칙을 내려보냈다.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조의를 표하는 조기가 게양돼 있다. 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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