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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 만점 버추얼 아이돌...가상 아이돌의 인기 ‘찐’을 넘어서다

매경이코노미 반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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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 만점 버추얼 아이돌...가상 아이돌의 인기 ‘찐’을 넘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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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같은 곳을 바라보던 너의 그 눈이 좋아. 변한 세상에서 너만은 그대로 있어줘~”

흥겨운 노래에 맞춰 6명의 가수가 춤을 춘다. 멤버들이 노래를 부르고 배경 화면이 가사에 맞춰 바뀌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아이돌 그룹의 뮤직비디오다. 그러나 영상을 자세히 보면 멤버 모습이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가수와 다르다. 실제 인물이 아닌 가상의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버추얼 아이돌’이기 때문이다. 6명 모두 가상 세계에서 존재하는 아바타로 활동한다. 목소리만 실제일 뿐 외모, 이름 등 모든 게 가상의 인물인 이 그룹의 이름은 ‘이세계 아이돌’. 인터넷 방송 트위치에서 활동하는 인기 스트리머 ‘우왁굳’이 기획한 그룹이다. 우왁굳은 지난해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인 ‘VR챗’에서 아이돌 선발대회를 열고, 최종 합격한 6명을 이세계 아이돌로 데뷔시켰다. 가상 인물이지만 인기는 상당하다. 데뷔곡 ‘RE : WIND’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조회 수가 1000만회를 넘어설 정도다. 고세구, 징버거 등 이세계 아이돌 멤버들은 실제 아이돌 못지않은 인지도를 자랑한다.

최근 1020세대 사이에서 실제가 아닌 가상 인물을 앞세운 ‘버추얼 아이돌’이 인기를 끈다. 이세계 아이돌을 비롯한 국내 버추얼 아이돌부터 홀로라이브, 니지산지 등 해외 그룹까지 모두 화제다. 인기에 힘입어 대형 콘텐츠 기업들도 ‘버추얼’ 시장에 뛰어든다. 아프리카TV는 자사 소속 방송인 BJ 타요와 함께 ‘우리가 아이돌’이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해 만들었다. 카카오엔터는 실제 여성 아이돌 30명이 ‘가상 아바타’를 만들어 서바이벌에 참여하는 ‘소녀 리버스’를 오는 11월 28일에 공개한다.

카카오엔터는 실제 걸그룹이 가상의 아이돌로 분한 도전기 ‘소녀 리버스’를 11월 28일 방송한다. (카카오엔터 제공)

카카오엔터는 실제 걸그룹이 가상의 아이돌로 분한 도전기 ‘소녀 리버스’를 11월 28일 방송한다. (카카오엔터 제공)


▶버추얼 아이돌이 뭐길래?

▷왜 인기를 끄나

버추얼 아이돌(Virtual Idol)은 영어 단어 그대로 가상의 아이돌이라는 뜻이다. 가상의 존재로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가수다. 가상의 존재지만 ‘로지’나 ‘한수아’ 같은 가상 인간과는 결이 다르다. 가상 인간은 목소리부터 움직임까지 모두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100% 가상의 존재다. 반면, 버추얼 아이돌은 실제 인물의 움직임에 ‘아바타’를 덧씌운 개념이다. 아바타를 연기하는 인물이 실존한다. ‘페이셜 트래킹(얼굴 인식 기술)’을 통해 사람 얼굴을 그대로 아바타 얼굴 표정에 투영하고, ‘풀 트래킹(전신 인식 기술)’을 통해 연기자 움직임을 아바타가 그대로 따라 한다. 목소리는 그대로 원래 인물 목소리를 사용한다. 즉 아바타를 내세운 ‘얼굴 없는 가수’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그동안 ‘그들만의 문화’로 여겨졌던 버추얼 아이돌 인기가 급부상한 이유는 2가지다. 첫째는 VR 기기를 비롯한 기술의 발달, 다른 하나는 양방향 콘텐츠를 선호하는 1020세대 특징 덕분이다.

우선 버추얼 아이돌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기가 대거 등장했다. 사실 버추얼 아이돌 개념 자체는 2000년대 초 등장한 사이버 가수 ‘아담’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아담 역시 실제 인물이 부른 노래를 아바타가 부른 것처럼 만든 콘텐츠였다. 혁신적인 시도였지만 어색한 움직임에 부정확한 기술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유행 이후 VR 기기, 아바타 제작 기술 등이 급격히 발달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페이셜 트래킹 기술 발달로 연기자 표정을 100% 가까이 아바타가 재연하는 게 가능해졌다. 풀 트래킹 기술까지 더해져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아바타가 따라 할 수 있게 됐다. 버추얼 아이돌 멤버들 표정과 행동은 실제 사람처럼 자연스럽다.

VR 기기 대중화도 영향을 미쳤다. VR 헤드셋을 쓰면 아이돌이 옆에 있는 것처럼 대화가 가능하다. 그동안은 VR 헤드셋 보급 속도가 더뎠다. 대당 가격이 100만원을 넘는 고가였기 때문이다. VR 콘텐츠가 핵심인 버추얼 아이돌 시장이 성장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메타의 ‘오큘러스 퀘스트2’ 등 40만~60만원대 저렴한 기기가 등장하면서 VR 헤드셋 시장이 급성장했다. 이에 맞춰 버추얼 아이돌 VR 콘텐츠를 찾는 이용자도 덩달아 늘어났다.


일방 소통보다는 양방향 소통을 좋아하는 1020세대만의 특징도 인기의 주요 요인이다. 이른바 젠지(Gen. Z)로 불리는 이들은 직접 참여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선호한다. 버추얼 아이돌은 Z세대 성향에 ‘딱’ 맞는 콘텐츠다. 실제 세계에서 만나기는 불가능하지만 오히려 개인적인 소통은 일반 연예인보다 더 쉽다. 1인 방송을 통해 직접 소통할 수 있고, 종종 함께 게임을 하거나 VR챗 같은 버추얼 리얼리티 플랫폼에서 만날 수도 있다. 팬 아트나 팬 게임을 만들면 바로 방송에서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팬이 뮤직비디오 등 콘텐츠 제작 과정에 스태프로 참여하기도 한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버추얼 아이돌 중 가장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이세계 아이돌은 기획 단계부터 제작까지 팬들이 참여했다. 노래와 안무, 스타일링 등 상당 부분 팬들의 재능 기부를 통해 해결했다. 직접 만든 가수에 애정을 갖는 Z세대로부터 ‘이세돌’이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스트리머 우왁굳이 기획한 ‘이세계 아이돌’의 데뷔곡 ‘RE: WIND’는 조회 수 1000만회를 넘기며 인기를 끈다(위). 이세계 아이돌 멤버들은 유튜브, 트위치 등 방송을 통해 시청자와 가상 세계에서 소통한다(아래). (유튜브 화면 갈무리)

스트리머 우왁굳이 기획한 ‘이세계 아이돌’의 데뷔곡 ‘RE: WIND’는 조회 수 1000만회를 넘기며 인기를 끈다(위). 이세계 아이돌 멤버들은 유튜브, 트위치 등 방송을 통해 시청자와 가상 세계에서 소통한다(아래).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세계 아이돌은 오디션부터 활동까지 모두 가상 세계인 ‘왁타버스’에서 이뤄졌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세계 아이돌은 오디션부터 활동까지 모두 가상 세계인 ‘왁타버스’에서 이뤄졌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국내외 대표 버추얼 아이돌은

▷이세돌·소녀 리버스부터 홀로라이브


국내에서 버추얼 아이돌 인기 ‘붐’을 이끌어낸 그룹은 지난해 등장한 ‘이세계 아이돌’이다. 일명 ‘이세돌’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들의 탄생 과정은 매우 흥미롭다. 136만 유튜버이자 트위치 인기 스트리머인 ‘우왁굳’이 VR챗을 활용해 만든 구독자 참여형 콘텐츠가 그 시초다. 우왁굳은 평소 구독자 참여형 콘텐츠를 자주 제작해왔다. 그중 한 가지로 VR 세계에서 활동할 아이돌 제작 프로젝트를 기획한 것이 바로 ‘이세계 아이돌’이다. 처음에는 수익을 내겠다는 목표 없이 단순히 재미를 위한 프로젝트였다. 가상 세계에서 오디션을 열고, 지원한 구독자 150명 중 서바이벌을 거쳐 살아남은 6명을 선발했다. 일회성이었던 프로젝트는 이세돌 인기가 식지 않자 장기화됐다. 데뷔곡에 이어 두 번째 앨범 ‘겨울봄’까지 모두 인기를 끌며 현재도 승승장구 중이다.

가상 세계에서 활동하는 캐릭터인 탓에, 각 캐릭터마다 독특한 세계관을 주입하는 것인 필수다. 사진은 소녀 리버스의 캐릭터 설명 화면(좌). 일본의 버추얼 아이돌 기획사 홀로라이브는 굿즈 판매, 콘서트 등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 사진은 일본 도쿄 시내 한 매장에 걸려 있는 홀로라이브 관련 상품(우). (카카오엔터 제공, 반진욱 기자)

가상 세계에서 활동하는 캐릭터인 탓에, 각 캐릭터마다 독특한 세계관을 주입하는 것인 필수다. 사진은 소녀 리버스의 캐릭터 설명 화면(좌). 일본의 버추얼 아이돌 기획사 홀로라이브는 굿즈 판매, 콘서트 등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 사진은 일본 도쿄 시내 한 매장에 걸려 있는 홀로라이브 관련 상품(우). (카카오엔터 제공, 반진욱 기자)


카카오엔터가 선보이는 ‘소녀 리버스’는 실제 아이돌 가수가 참여하는 콘텐츠로 관심을 모은다. 국내에서 활동 중인 여성 아이돌 가수 30명이 자신의 가상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 세계에서 오디션을 본다. 버추얼 아이돌 데뷔 서바이벌을 통해 최종 5인 데뷔 멤버가 되는 버추얼 캐릭터 ‘소녀V’들은 데뷔곡을 팬들에게 공개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다수의 K팝 히트곡을 만든 프로듀서팀의 신곡 무대를 선보일 계획이며, 음원 플랫폼을 통한 음원 정식 발매도 예정돼 있다. 서바이벌 과정 전체는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방송된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참여자들이 본인의 원래 가수로서의 정체성을 잊고 프로그램에 몰두할 정도로 흥미를 느끼고 있다. 오히려 실제 아이돌 활동 때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까지 보여줄 예정이다”라고 분위기를 전해준다.

버추얼 아이돌 ‘원조’로 불리는 일본은 실제 가수 인기를 버추얼 아이돌이 따라 잡은 지 오래다. 대표적인 회사는 홀로라이브와 니지산지다. 두 회사는 ‘버추얼 유튜버’ 전문 기획 서비스 업체다. 두 회사 소속 캐릭터는 상당한 인기를 자랑한다. 일본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지도가 높다. 유튜브 통계 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유튜버 슈퍼챗(후원) 순위 1~5위가 전부 일본의 ‘버추얼 아이돌’이었다. 이들은 공연, 굿즈 판매로 막대한 부가 수익까지 얻는다. 니지산지를 서비스하는 회사 애니칼라는 올해 6월에 일본 주식 시장에 상장해 시장이 폭락하는 와중에도 계속 주가가 상승세를 보여 현재 시가총액이 3527억엔(약 3조4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최대 기획사 중 하나인 SM엔터테인먼트(1조6300억원)의 약 2배 수준이다.

[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81호 (2022.10.26~2022.11.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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