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아동학대 가해자 신상 보도하면 안 된다"... 전원일치 합헌

[머니투데이 이세연 기자]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2.10.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동학대 행위자의 인적사항이나 얼굴사진을 보도하는 걸 금지한 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7일 아동학대처벌법 제35조(비밀엄수 등의 의무) 제2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아동학대 행위자학대 행위자 대부분은 피해 아동과 평소 밀접한 관계에 있어 행위자를 특정해 파악할 수 있는 인적 사항 등을 보도하면 피해 아동의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또 "아동학대 행위자에 대한 인적 사항 보도를 허용할 경우 피해 아동들이 진술이나 신고를 자발적으로 포기하게 할 우려가 있다"며 "일률적 보도금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사건은 방송사 JTBC가 2019년 9월 아동학대 행위자인 A씨의 신원을 노출하는 보도를 하며 시작됐다.

JTBC는 유명 피겨스케이팅 코치 A씨가 초등학생 제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보도에서는 A씨의 실명과 얼굴이 공개됐다. 이에 A씨는 손석희 당시 JTBC 사장과 해당 기사를 쓴 B 기자를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자신의 신상을 특정해 보도했다는 것이다.

아동학대처벌법 제35조 2항은 '신문의 편집인·발행인 또는 방송사의 편집 책임자 등은 아동보호 사건에 관한 아동학대 행위자를 특정해 파악할 수 있는 인적 사항이나 사진을 보도할 수 없다'고 정한다. 이를 위반한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B 기자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약식명령을 받자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그러면서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다.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서부지법은 지난해 1월 B 기자의 신청을 받아들여 해당 조항의 위헌 여부를 검토해달라며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서울서부지법은 "아동학대 실태를 신속하고 명확하게 알려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까지 무조건 아동학대 행위자 관련 보도를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언론의 자유, 즉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인의 언론 출판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했다.

하지만 헌재는 "해당 조항은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보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고 아동학대 행위자의 식별정보에 대한 보도를 금지하고 있을 뿐"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한 보도의 필요성이 큰 경우라도 익명화된 형태로 사건을 보도하는 방법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했다.

또 "해당 조항에 의해 제한되는 사익은 아동학대 행위자의 인적 사항 등을 보도하는 자극적인 보도가 금지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반면 심판 대상 조항으로 보호하려는 아동의 건강한 성장이라는 공익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세연 기자 2counting@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