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국제 미래자동차 기술 심포지엄 2021' 제주서 개최...美·英 연구진 초청
자율주행차·UAM 상용화 어려움 지적하고 해법 논의...KAIST 석·박사 80여명도 자리 함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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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자율주행차 상용화는 결국 인공지능(AI)과 인간, 또는 AI와 AI 간 신뢰할 수 있는 '협상'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렸다."
23일 과학계에 따르면 KAIST는 지난 21일 제주시 KAIST 친환경스마트자동차연구센터에서 '국제 미래자동차 기술 심포지엄(ISFM) 2022'를 개최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전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교통(UAM), 지속가능한 교통 등 미래자동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에 KAIST는 '미래 자동차 분야의 혁신'을 주제로 전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모빌리티 분야의 난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제도적 방안을 공유하고 논의하기 위해 이번 국제 심포지엄을 추진했다.
KAIST 조천식모빌리티대학원과 항공우주공학과가 공동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국내외 자율주행차, UAM, 교통 에너지시스템 전문가들이 참가해 미래자동차 기술 발전 수준을 공유했다. KAIST 측에선 약 80명의 미래자동차 관련 석·박사급 연구원이 참가해 강연을 들었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축사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제한된 이동성이 여행과 연결에 대한 열망을 키우고 미래 모빌리티 기술 실현의 기회가 됐다"며 "전 세계 산·학·연이 전기차, 자율주행차, UAM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주도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상황에서 KAIST가 ISFM 2022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활용해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교통 분야의 여러 난제를 해결하고, 궁극적으로는 인류의 이동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도화선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스탠퍼드대 교수 겸 엔비디아 임원 "합의 알고리즘 오픈소스로 공개...KAIST도 참여 기대"
먼저 미국의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서 자율주행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마르코 파보네 스탠퍼드대 교수가 '안전한 데이터 기반 자율성을 향하여'라는 주제로 기조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인 'DGX'가 차량용 AI 반도체 업계로 확대될 수 있도록 자율주행차 AI의 핵심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있는 컴퓨터 공학자다.
파보네 교수는 "레벨4 자율주행차 개발의 핵심은 의사결정 인지 AI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에 있다"며 "AI가 지나치게 방어적(소극적)으로 운전하면 차선 변경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해 시간에 맞춰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지나치게 공격적(적극적)으로 운전하면 다른 운전자와 합의 부재로 인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레벨4 자율주행차란 차량의 AI 시스템이 외부 상황을 인지 및 판단해 운전하고 비상시에도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이때부터 진정한 의미에서 자율주행차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 많은 AI·자동차 업체가 다른 차량이 없는 상황에서 목적지까지 주행하는 '조작' 알고리즘을 토대로 레벨2~3 자율주행차 개발을 완료했음에도 레벨4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합의 알고리즘 개발의 어려움에 있다는 게 파보네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도로 교통은 간단한 차선 변경이나 신호 준수조차 내면을 들여다보면 아주 복잡한 운전자 간 협상 과정"이라며 "자율주행차가 실제 도로에서 운행되려면 이러한 협상 과정을 수학 공식화하고 이를 토대로 AI가 다른 운전자와 상호 작용하면서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스탠퍼드대 자율주행 시스템 연구소는 기초적인 합의 알고리즘 공식을 담은 AI 지도학습 모델인 '트래젝트론++(Trajectron++)'를 개발하고 이를 깃허브에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트래젝트론++는 지역과 무관한 보편적인 인간 운전자의 행동 패턴을 모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만들어졌다. 파보네 교수는 "일례로 이탈리아 북부에선 차량 헤드램프를 깜빡이면 양보해달라는 신호이지만, 이탈리아 남부에선 같은 행동이 내가 지금 차선을 변경하겠다는 공격적인 신호다. 같은 나라조차 운전자 간 합의가 다른 것이 AI 개발에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각 나라별 특성은 현지 연구자들이 분석해서 AI 모델에 추가해야 한다"며 한국 상황에 맞는 합의 알고리즘을 개발할 수 있도록 많은 KAIST 컴퓨터 공학자들이 트래젝트론++ 프로젝트에 참여하길 기대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파보네 교수는 "레벨4 자율주행차용 AI 모델을 만들기 위해 차세대 드라이빙 시뮬레이터의 중요성이 업계에서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완성인 자율주행차를 실제 도로에 투입하면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실제 도로와 동일한 환경을 슈퍼컴퓨터나 클라우드에 재현하고 AI 모델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차세대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는 △충실성 △안정성 △적응성 등 세 가지 핵심 요소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실제 세상의 교통 상황을 그대로 모방하면서도 실험을 위한 통제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AI 모델이 합리적인 행동에서 벗어나는 것을 관측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운행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 실제 도로에서 일어난 사고를 새 시뮬레이션에 빠르게 적용해서 AI가 다양한 사고를 예측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파보네 교수는 "일단 AI 모델과 달리 레벨4 자율주행차용 AI 모델은 (인명과 연관된 만큼) 안정성을 최우선시하고 개발해야 한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 처했을 때에도 AI가 운전자와 주변의 안전을 넘어서는 판단을 내리지 못하도록 개발 당시부터 AI 모델 내에 '판단의 벽(포스필드)'을 세우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KAIST, '카메라+레이더'로 '라이다'급 성과 냈다
이어 금동석 KAIST 조천식모빌리티대학원 교수가 '세계적으로 확장 가능한 자율주행을 향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금 교수는 "자율주행차의 안정성이라는 것은 1년에 한 번이라도 사고가 나면 문제가 될 정도로 까다롭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99%의 안정성을 만드는 것은 쉬운데, 99.99%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어렵다. 때문에 KAIST는 구글 웨이모가 추구하는 레벨5 자율주행차(사람이 운행하지 않는 완전 자율주행차) 구현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다고 판단하고 테슬라와 같이 한계를 정해 놓은 레벨 3~4 수준의 현실적인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데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자율주행차 AI 모델은 완성도가 높지 않아 연구해야 할 것이 많다. 때문에 KAIST는 △AI 모델의 확장된 인식 △실시간 지도 업데이트와 유지 △AI 의사결정을 위한 협상 알고리즘 개발 등에 관한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 교수는 자율주행차에서 눈의 역할을 하는 핵심 센서인 '라이다(빛 감지·거리 측정)', '레이더(전파 감지·거리 측정)', '카메라(시각 재현)'를 두고 각각 일장일단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KAIST는 센서융합 기술을 개발해 '카메라+레이더'로 라이더에 버금가는 외부 데이터 수집 성과를 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기업이 저렴한 가격으로 자율주행차를 양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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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UAM 선도 위해 2400여억원 투자...전기·수소 자율비행차가 미래 교통 핵심
신효상 영국 크랜필드대 교수와 이상봉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한국이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UAM 기술에 관한 조언을 했다.
크랜필드대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정부가 항공우주 역량 강화에 대한 목표 아래 1946년 설립한 항공우주 전문 대학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체 공항을 가지고 있어 보잉 등 글로벌 기업과 항공기 설계 및 비행 시험을 함께 진행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영국 정부와 크랜필드대는 전기와 수소를 활용한 자율 비행체(UAM)가 미래 교통수단의 핵심 수단이 될 것으로 보고 지난 2019년부터 1억5000만 파운드(약 24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UAM 상용화를 위한 '퓨처 플라이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신 교수는 UAM을 도심 상공에서 안전하게 운행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그는 "UAM은 내연기관으로 운행하는 헬리콥터와 비교해 크기와 무게가 작아 기상 조건에 더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UAM 운항에 필수적인 네트워크 관련 연구를 위해 SK텔레콤, KT 등 국내 이동통신사와도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레이더 기술은 1m 이상의 오차가 있는데, UAM은 안전을 위해 10㎝~1m 이내로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며 "이를 위한 차세대 통합 관제 센터를 설립하고 멀티 센서 운영을 위한 통합 알고리즘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UAM 상용화 고비는 도심 난기류 해결...AI로 예측 정밀도 높여
이상봉 교수는 UAM 상용화의 가장 큰 고비가 복잡한 빌딩 배치로 인한 '도심 난기류'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이 추진한 드론 배달에서 가장 큰 어려운 점이 난기류로 꼽혔다"며 "UAM도 같은 문제를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국 뉴욕시의 경우 교통 체증으로 인해 연간 100억 달러(약 14조원)의 경제 손실을 입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에 미 항공우주국(NASA) 주도로 20년 전부터 교통 체증의 해법으로 UAM 연구가 시작됐고, 2025년 현실화를 앞두고 있다"며 "2003년 마크 무어 교수가 제안한 UAM은 현재 조비 에비에이션 등 실제 탑승체를 양산한 업체까지 나올 정도로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도심에선 높은 건물 때문에 필연적으로 예측하기 힘든 난기류가 생기며, 300~600m로 낮은 고도에서 비행하는 UAM은 난기류의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도 국내에선 그동안 도심 난기류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지적이다. 때문에 KAIST는 도심 난기류 예측의 정밀성을 높이기 위해 AI 기반의 예측 모델 개발에 나섰다. 이를 잠실 롯데월드타워 근처에서 진행한 실제 난기류 측정 데이터와 비교한 결과 거의 일치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교수는 "난기류 예측 AI 모델 개발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고품질의 CFD(전산 유체 역학)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운 점이었다. 관련 데이터도 비싸고 화질도 낮았다. 지속해서 데이터를 확보함으로써 실제 UAM 상용화 시기에 맞춰 운행 구간의 난기류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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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제주)=강일용 기자 zero@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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