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건해도 절반만 긴급응급조치 발동…어겨도 과태료가 전부
피해자 원치 않으면 직권조치 어려워…정부, 법 개정 착수
스토킹 |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스토킹 범죄가 발생했을 때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즉시 떼어놓는 초동조치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토킹처벌법이 21일로 시행 1년을 맞은 가운데 추가 범죄를 조기에 차단하는 데 필수적인 긴급응급조치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1일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올해 9월 31일까지 경찰이 입건한 스토킹 범죄는 모두 7천141건이다.
반면 같은 기간 경찰이 스토킹 가해자를 상대로 긴급응급조치를 한 경우는 3천387건(47.4%)에 불과했다.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피해자로부터 가해자를 분리시키는 긴급응급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했다. 피해자 100m 이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와 전기통신 수단을 이용한 접근을 금지하는 조치가 이에 해당한다.
사건 초기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신속하게 차단해 추가 범죄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지만, 활용된 경우가 입건된 전체 사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긴급응급조치를 내려야 하는데도 여전히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래픽] 스토킹 행위와 스토킹처벌법 |
이처럼 경찰이 초동조치에 머뭇거리는 이유는 피해자 의사에 반해 직권으로 긴급응급조치를 발동하는 데 따르는 부담감이 가장 크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 전주환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신고 후 한 달간 긴급응급조치가 발동되지 않았다.
가해자가 긴급응급조치를 어기더라도 과태료 부과 이외에는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긴급응급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다.
신당역 살인피의자 전주환, 검찰송치 |
그나마 부과된 과태료도 가해자의 추가 범죄를 막기에는 턱없이 적은 금액이었다.
법무부에 따르면 법 시행 후 지난 7월 31일까지 발생한 긴급응급조치 위반 사건 194건의 평균 과태료는 235만원에 불과했다.
배성진 경찰청 스토킹수사계장은 "긴급응급조치는 사건 초기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분리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인데도 위반 시 과태료 처분밖에 할 수 없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긴급응급조치 후 48시간 이내에 검찰을 통해 법원의 사후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도 문제로 지적된다. 조치를 최장 1개월만 유지할 수 있고, 기간을 연장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도 한계다.
정부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공감해 뒤늦게 법 개정에 나섰다.
법무부는 긴급응급조치 위반 시 과태료가 아니라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형사처벌하고, 긴급응급조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스토킹처벌법을 손질하겠다고 18일 밝혔다.
법무부는 법률 개정안을 오는 24일까지 마련해 입법예고한 뒤 다음달 30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래픽] 스토킹처벌법 개정안 주요 내용 |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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