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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패션 간예슬 기자] 중세시대 로코코 양식에 누드를 접목시킨 ‘프로젝트 런웨이’ 시즌12 홍보 포스터가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금지됐다.
화보 속 벌거벗은 남녀 모델들의 모습이 지나치게 외설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2004년부터 ‘프로젝트 런웨이’의 진행을 맡아온 모델 하이디 클룸은 “디자이너들에게 알린다. 우리 모델들은 옷이 당장 필요하다. 빨리 만들어 달라”고 호소하며 유머감각을 과시했다.
서로의 엉덩이에 손을 얹고 요염하게 누워 있는 나체들을 담은 사진은 남녀노소가 거니는 도로 한가운데 있기에 다소 민망하기는 하나, 화보에서 정작 주목할 만한 것은 모델의 엉덩이나 가슴이 아니다.
하인으로 분한 보조 진행자 팀 건 옆에 도도한 포즈로 앉아 있는 하이디 클룸은 중세시대 사치의 여왕 마리 앙투아네트를 연상시킨다. 그의 화려한 헤어스타일과 옷차림, 벨벳 소재 커튼, 황금으로 된 촛대, 의자 등은 로코코 시대의 전형적인 유미주의를 보여준다. 당시 사치스럽고 거만했던 귀족들의 풍조를 고려한다면 이들 밑에 엎드려 있는 나체의 모델들은 과장됐을 뿐 분위기 상 어색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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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15세 시대부터 성행한 장식 양식인 로코코 스타일의 특징은 잘록한 허리를 강조한 코르셋과 풍성한 A라인 스커트, 최대 45cm까지 부풀린 퐁탕쥬 헤어스타일 등이다. 하이힐 역시 이 시대에 만들어졌으며,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 이후 발전된 직물공업에 힘입어 호화로운 견과 자수가 가미된 명주 등 고급 원단이 옷에 쓰이기 시작했다.
감독 소피아 코폴라는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를 통해 할리우드 패셔니스타 키얼스틴 던스트를 로코코 스타일의 아이콘으로 변신시켰다. 영화 속 ‘로코코 퀸’ 마리 앙투아네트로 분한 키얼스틴 던스트는 꽃과 새의 깃털 등으로 장식한 모자를 줄곧 선보이며, 밀가루를 이용해 하얗게 염색한 뒤 잔뜩 부풀린 헤어스타일은 권력이 상승할수록 더욱 화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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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파리 여인들이 마리 앙투아네트 패션에 열광했다면 영국의 경우, 데본샤이어 공작부인이 단연 동경의 대상이었다. 영화 ‘공작부인’에서 사교계 여왕이자 당대의 패셔니스타 조지아나 데본샤이어 공작부인을 연기한 키이라 나이틀리는 자신의 머리보다 두배는 클법한 퐁탕쥬 헤어스타일에 꽃과 풀을 장식해 조그만 정원을 방불케 했다.
당시 유행했던 타조 털이나 여우 털 등을 모자에 장식하고 숄로 연출한 모습 역시 로코코 양식의 사치스러움을 볼 수 있는 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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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표 로코코 패션은 영화 ‘불량공주 모모코’ 속 후카다 교코와 같은 모습이 아닐까. 로코코의 전성기는 18세기였지만 지금도 일부 마니아들은 그 시절을 갈망한다. 영화 속 후카다 교코는 유치하기 짝이 없는 프릴 스커트와 리본 일색의 헤어 액세서리 등으로 현대판 마리 앙투와네트를 재현한다.
로코코 스타일은 패션 역사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양식이며, 디자이너들에도 무한한 영감을 주는 소재다. 지암바티스타 발리와 돌체 앤 가바나, 필립 트레이시 등은 컬렉션을 통해 18세기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있고 케이티 이어리는 젊음의 상징 스케이트 보드에 로코코 양식을 도입해 새로운 해석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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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로코코 양식의 모자를 쓴 엘리자베스 2세, 코코 로샤, 사라 제시카 파커, 아이쉬와라 라이 |
[매경닷컴 MK패션 간예슬 기자 news@fashionmk.co.kr / 사진= 하이디 클룸 트위터,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 ‘공작부인’, ‘불량공주 모모코’ 스틸컷,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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