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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모든 노출에 패션의 정당성과 표현의 자유가 적용될 수 있을지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노출 대중화 시대를 맞아 노출이나 노출패션에 대해 사회적 질타나 제재를 가할 수는 없지만 적당한 노출 수위에 대한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은 필요해 보인다.
지하철을 타면 천태만상 노출군단이 시야에 잡힌다. 노출패션이 자기표현을 위한 수단이라는 사실은 지지하지만 실상 노출에 대한 최소한의 에티켓 상실은 상대나 주의사람들에게 극심한 피로와 스트레스가 된다.
최근 퇴근길 한 여성이 에스컬레이터에 오르는 순간 뒤를 따라오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동시에 밑으로 향했다. 그 여성은 화이트와 그레이 스트라이프 민소매를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시선을 아무리 아래로 내려도 더 이상의 옷을 찾아볼 수 없었다. 몇 번인가 옷을 내리는 행동을 반복해 다소 긴 티셔츠가 입은 옷의 전부임을 짐작케 했다. 거기에 팬티 라인까지 선명하게 드러나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자신의 옷에 전혀 개의치 않는 당당함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선 처리가 불가한 스타일이었다. 운동화에 클러치 백을 들고 긴 머리를 그대로 내려뜨려 상체의 노출을 가리고 있어 그나마 시선 분산이 가능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바로 뒤에 서있던 남자는 위치를 바꿔 노출 영향권에서 서둘러 벗어났다. 나머지도 반응은 비슷했다. 처음 몇 초간 시선이 멈춰있다 서둘러 주변에서 벗어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사회는 노출한 자보다 노출을 바라보는 자를 죄인으로 만들고 있다. 또한 노출논란을 따라다니는 인권침해는 잘잘못을 판별이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시선을 받게 되는 자의 기분에 좌우되게 마련이다.
최근에는 지하철 내 설치된 CCTV의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동차 기관사가 운전실 내에서 CCTV 모니터를 임의로 조작할 경우 속옷까지도 볼 수 있어 이를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또한 전동차 내 CCTV가 녹화되고 있다는 안내방송을 늘릴 예정이라는 것이다.
서울시는 2011년 8월, 지하철 내 성희롱 등 범죄 예방과 안전 운행을 목적으로 전동차 객실 내 CCTV 설치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2호선 356량에 712대, 7호선 504량에 1008대의 CCTV를 설치했다.
보호를 목적으로 한 시스템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결론인데 이 때문에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할 수는 없을 듯하다.
노출논란은 일반적으로 노출을 비난하는 자와 노출을 야릇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들을 각각 극우파 또는 변태라고 몰아붙이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노출하는 자와 노출을 바라보는 자 모두 적당한 잘못된 인식 오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이 같은 혼란과 억측을 피해갈 수 있지 않을까.
[매경닷컴 MK패션 한숙인 기자 news@fashionmk.co.kr/ 사진=MK패션, photo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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