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권영미씨, 10월 17일 감사 편지
“가장 끔찍한 방법으로 남편 잃어”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 뒤따라야”
2020년 9월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의 부인 권영미 씨(오른쪽). 고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왼쪽).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유족이 최근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감사원의 최재해 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에게 감사 편지를 썼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 아내 권영미씨는 17일 쓴 편지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써 주신 두 분의 의지가 잘못을 저지른 행정기관과 공직자에 대한 단죄뿐 아니라 벼랑 끝에 서 있는 국민을 살렸고 그 노력 또한 정의로웠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편지 전문.
안녕하십니까? 저는 북한에서 피살된 고 이대준의 배우자입니다.
정치권의 압력을 받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국가 최고 감사기관으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 주신 점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대한민국 땅이 아닌 북한 해역에서 북한군에 의해 총격을 당하고 시신이 불태워지고 그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죽음…. 국가를 위해 헌신했던 공무원으로서 월북자라는 최악의 오명을 쓰고 남은 가족까지 월북자 가족이 되어야 했던…. 사람이 생을 마감하는 여러 상황 중 가장 끔찍하고 처참한 방법으로 남편을 잃었습니다.
저는 사망한 남편의 오명을 벗는 것도 중요했지만 아이들과 살아야 했기에 월북자 가족이라는 치욕을 꼭 벗어야 했고 제가 아는 남편의 성향과 그날 남편과 나누었던 대화는 절대적으로 월북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감사원장님과 사무총장님의 투철한 직업의식이 아니었다면 알 수 없었던 부분들을 감사 결과로 알게 되면서 저와 아들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와 이를 알면서도 외면했던 전 해경청장, 아무 조치 없이 퇴근했던 전 (국가) 안보실장, 시신 소각 발표를 북한 눈치 보는 대통령의 지시로 입장을 변경한 국방부, 국민을 구하기 위해 어떤 지시도 없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 등 국가의 기본 책무를 저버리고 한 가정을 망가뜨린 이들의 죄는 절대 가볍지 않을 것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긴 터널을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국민을 버린 권력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을 느낄 때면 죽음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중심을 잃지 않고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써 주신 감사원장님과 사무총장님의 의지가 잘못을 저지른 행정기관과 공직자에 대한 단죄뿐 아니라 벼랑 끝에 서 있는 국민을 살렸고 그 노력 또한 정의로웠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최재해 감사원장님, 유병호 사무총장님,
남편은 이미 처참하게 사망했고 아무리 애를 써도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압니다. 그런데도 남편 사망에 대한 진실을 규명해야 하는 이유는 지금도 NLL(북방한계선) 가까운 곳에서 대한민국의 영해를 지키는 어업지도원, 해경, 해군들이 있습니다. 늘 위험이 도사리는 바다에서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이분들의 생명이 경각에 달했을 때 국가는 존재해야 하고 국가가 그 역할을 다하지 않았을 때 채찍질을 가해야 하는 곳이 감사원이라 생각합니다.
더는 끔찍한 불행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되기에 진실 규명과 함께 책임자 처벌이 따라야 합니다. 앞으로도 그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단단한 감사원이 되어 주길 바라며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2022년 10월17일
고 이대준의 배우자 권영미 올림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