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후궁공략' |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어느 날 장자는 꿈속에서 나비가 된다. 장자인 것조차 잊고 즐겁게 날다 퍼뜩 깨어나 보니 장자가 됐다. 그렇다면 이는 장자가 꿈에서 나비가 된 것일까, 아니면 나비가 꿈에서 장자가 된 것일까.
장자의 '호접지몽'(胡蝶之夢)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념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웹툰 '후궁공략'은 흔한 게임 빙의물(주인공이 게임 속 캐릭터에 빙의하는 장르)이자 드라마 '후궁견환전'을 연상시키는 궁중 암투물의 외피를 썼지만, 그 속에는 장자의 이 오랜 물음을 담아낸 작품이다.
주인공인 고등학생 이요나는 가상현실 게임 '후궁공략' 속 악역 황귀비 서란희로 깨어난다.
로그아웃도, 강제 종료도 되지 않고 도저히 게임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찾지 못하자 얼른 황후가 되어 엔딩을 보기로 한다.
요나는 자신을 빼고 모두 인공지능 NPC(Non-Player Character)라고 생각했지만, 또 다른 플레이어들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들 모두 게임에 어떻게 접속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며, 캐릭터에 잠식되고 있다는 점을 깨닫는다.
사실 이들은 버거운 현실을 피해 게임에 도망치듯 접속한 고등학생들이었고, 퀘스트를 완수해 게임을 끝내봤자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차갑고 막막한 현실이었다.
작중 2035년의 기술력으로 구현해 낸 가상현실 게임 속 배경과 등장인물들은 진짜 사람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생생하다는 점이 한층 혼란을 부추긴다.
이들과 관계를 쌓아가면서 요나가 느낀 사랑과 증오, 행복과 고통은 게임의 부산물이자 가짜 감정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것이 된다.
가상세계의 한 토막에 갇혀 사는 NPC의 입장에서도 이야기를 풀어간다.
자신이 어떻게 노력하더라도 세상은 정해진 시점에 엔딩을 맞고 무한히 반복된다. 게임 회사에서 만들어낸 '가짜'지만, 자아를 갖게 되고 모든 것을 기억하면서 그 어떤 플레이어보다 더 진짜가 되어간다.
웹툰 '후궁계약' |
봉봉 작가는 호접지몽과 영화 매트릭스, 양자역학까지 끌어와서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이들에게는 어느 쪽이 현실이고 어떤 내가 진짜 나일까. 나는 행복한 가짜 세상과 불행한 진짜 세상 중에 어떤 쪽을 선택해야 할까.
게임 속 모든 것들이 인공지능이 만든 가상세계라도 그 안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이 진짜라면, 게임 속의 나도 '진짜 나'일 수 있는 것 아닐까.
이 화두를 상기하듯 작품 속에는 계속해서 금빛 나비가 등장인물 주변을 맴돈다.
작가는 친절하게 답변도 준비해뒀다.
작중 대사를 통해 '무엇이 현실이고 가상인지 알 수 없는 이 세상에서 내 마음만이 진실된 이정표'라고 귀띔한다.
매트릭스 속 소년이 '숟가락은 없다'고 네오에게 알려준 것처럼 모든 것은 내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현재 카카오웹툰에서 연재 중이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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