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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일장춘몽’ MB ‘자승자박’ YS ‘좌충우돌’…사자성어로 본 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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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로 본 역대 남북경협]

노태우 ‘선견지명’·노무현 ‘전철답습’·박근혜 ‘구화투신’

조동호 교수 “진보·보수 마찬가지 인식…모두 다 순진”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남북경협이 재개된지 35년간 보수 정부든 진보 정부든 대북 접근방식은 구조적으로는 동일한 인식이었고 ‘순진한 기대’에 기초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먼저 주면 변하겠지”라는 진보 정부의 인식이나 “안 주면 변하겠지”라는 보수 정부의 인식은 마찬가지이며 방법론상의 차이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나 김영삼·이명박·박근혜 정부나 남북경협 정책의 차이는 ‘교량’의 건설방식에 대한 차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진보 정부는 많이 만들자는 방식이었고, 많이 만들다 보면 접촉과 화해가 늘어나고 그만큼 북한이 변화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반면 보수 정부는 질이 중요하다는 방식었고, 하나를 만들어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에 바탕해 대북정책을 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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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호 이화여대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는 12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국가안보와 전략’에서 역대 정부가 추진한 남북경협 정책을 사자성어를 통해 평가했다.

▶‘선견지명’ (先見之明) 노태우 정부 =조 교수는 ‘한국전쟁 이후 남북경협의 물꼬를 튼 것은 1988년 노태우 정부의 7·7 선언’이라는 설명과 함께 ‘선견지명’이라는 후한 평가를 내놨다. 당시 냉전이 완전히 종식되지 않았지만 국제정치질서의 변화를 예견하여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한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언행일치의 정책‘으로도 규정했다. 조 교수는 “노태우 정부의 상호주의 원칙, 국민적 합의 등은 이후의 대북정책에서도 반영됐던 것이고, 굳건한 안보 위에서 교류협력을 추진한다는 원칙 역시 이후 대북정책의 표준이 됐다”고 했다.

▶‘좌충우돌’ (左衝右突) 김영삼 정부=김영삼 정부의 남북경협 정책은 ‘좌충우돌’, ‘조변석개’라고 규정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민족 우선’이라며 전향적인 대북 인식을 드러냈지만 불과 취임 100일만에 기자회견에서 ‘핵을 가진 자와는 악수할 수 없다’는 정반대 인식을 드러낸 것이 대표적 모습이다. 초반에는 남북경협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북한이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자 대결적으로 바뀌었다. 1994년 10월 북미 제네바 합의가 성사되자 곧바로 남북경협 활성화 조치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문과기실’ (文過其實) 김대중 정부 =김대중 정부는 무늬가 실제보다 지나치다는 뜻으로 겉만 화려하고 속은 부실하다는 의미의 ‘문과기실’로 규정했다. 대표적인 것이 ‘햇볕정책’이다. ‘퍼주기’ 비판을 받더라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전 분야에서 대북 접근을 적극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북한의 낮은 경제 수준으로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금강산 관광사업 등 국민의 주목을 끌수 있는 대형 사업에 국한됐다고 지적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남북경협 활성화를 적극적·공개적으로 추진했지만 ‘다다익선’의 남북경협으로 이어졌다고 조 교수는 설명했다.

▶‘전철답습’(前轍踏襲) 노무현 정부 =노무현 정부에 대해선 이전 김대중 정부와 동일한 방식으로 남북경협을 추진했다는 의미에서 ‘전철답습’으로 표현했다. 조 교수는 ”남북경협의 근본적 속성은 물론 장기적 안정성을 고려하면 민간 주도로 변화 했어야 하나, 정부 주도·지원 방식, 대형 남북경협 선호는 그대로였고, 규모와 속도에서는 오히려 김대중 정부를 앞섰다“고 했다. 대표적인 예로 개성공단 사업을 꼽았다. 대북 쌀 지원 정책을 두고는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현실의 남북경협이 성장하기는 했으나, 외형상의 착시인 측면도 크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자승자박’ (自繩自縛) 이명박 정부=이명박 정부는 ‘자승자박’이라고 못박았다. ‘실용’을 잣대로 실질적인 대북정책을 선언했지만, 천안함 사건에 따른 대북 제재 ‘5·24 조치’를 발표하면서 임기 내내 강경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시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북한에 대해 시인과 사과, 관련자 즉각 처벌을 요구했다. 조 교수는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요구 사항을 내건 것은 처음부터 너무 큰 칼을 너무 높이 든 셈이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5·24 조치’로 인해 운영 중인 새로운 투자는 물론 개성공단에서의 신규투자조차 불허됐다.

▶‘구화투신’ (救火投薪) 박근혜 정부 =박근혜 정부는 구화투신‘으로 규정했다. ’성급하게 행동하다가 해를 키웠다‘는 의미다.북한과 ‘신뢰 형성’을 최우선으로 추진했지만 2016년 2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선언해 오히려 남북경협이 완전히 단절된 점을 꼬집은 것이다. 조 교수는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상황에서 쉬운 사안부터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었으나, 오히려 ‘금의야행(자기가 아무리 잘 하여도 남이 알아주지 못한다)’을 택한 셈이었다”고 했다.

▶‘일장춘몽’ (一場春夢) 문재인 정부=문재인 정부 5년은 ‘한바탕 봄날의 꿈’에 불과했던 시기로 분석했다. 조 교수는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내내 다양한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일장춘몽’으로 끝났다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해 북미-남북미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남북 경제관계도 호전돼지만,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로 남북 및 북미 화해국면은 일시에 경색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2020년 ‘5·24 조치’가 실효성을 상당히 상실했다고 발표했으나 남북경협 재개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물물교환 방식의 작은 교역, 금강산 개별방문 등의 제안도 북한의 호응이 없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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