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집유받은 보호자 43% '처벌불원' 이유로 감경"

정익중 이대 교수팀 판결 분석…"보호관찰은 3분의1 불과"

남자 아동 방치 (PG) [홍소영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아동학대 혐의로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보호자의 절반 가까이는 피해자 아동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선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2019년 7월부터 2년간 보호자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된 아동학대 사건 판결문 350건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보면 피해자의 '처벌불원'이 특별감경 요인인 판결이 152건으로 전체의 43.4％를 차지했다.

범행 가담에 특히 참작할 사유가 있는 경우가 23건(6.6%), 학대의 정도가 경미한 경우 19건(5.4%), 미필적 고의로 범행을 저지른 경우가 18건(5.1%)으로 뒤를 이었다.

정 교수는 아동학대 범죄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관계는 보호자와 피보호자라는 특수성이 있다며 "강요에 의해 처벌불원 의사 표현이 이뤄질 수 있는 만큼 재판과정에서 별도의 의사표명 수단과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또 보호자에게 아동학대로 집행유예를 선고한 사건의 3분의 2에는 보호관찰을 병과하지 않아 재범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조사 대상 350건 중 보호관찰 명령이 내려진 판결은 132건으로 전체의 37.7%에 불과했다.

법원은 아동학대 사건으로 집행유예나 보호처분을 선고하는 경우 법관 재량으로 피고인에게 수강명령이나 보호관찰, 치료프로그램 이수, 사회봉사 중 하나 이상의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정 교수는 "집행유예 판결에 뒤따르는 보호조치가 미흡하다면 피해 아동이 가해자와 함께 살 때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아동이 안전하게 양육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등 충분한 사후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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