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부터 시작된 中 폭풍 투자, 2016년 고점찍고 中 규제 속 둔화
中애국주의 영화 흥행하지만 코로나19 규제 풀리면 다시 빗장 열릴듯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가 20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호텔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영화 ‘탑건: 매버릭’ 기자 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탑건: 매버릭’은교관으로 컴백한 최고의 파일럿 매버릭(톰 크루즈 분)과 함께 생사를 넘나드는 미션에 투입되는 새로운 팀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항공 액션 블록버스터이다. 2022.6.20/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할리우드가 중국 자본과 작별하고 있다.
한때 활발했던 중국의 할리우드 투자 결별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킨 '탑건2-매버릭'으로 대표된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는 탑건 제작사인 스카이댄스에 투자를 했다.
하지만 미·중 긴장이 고조되면서 텐센트는 미군을 미화하는 내용의 탑건의 내용이 중국 공산당의 심기를 거스를까 두려워 투자에서 손을 뗐다. 이 결정은 현명한 국내 정치 행보였지만 텐센트는 미국에서 역대 5번째, 전세계적으로 14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흥행 대작을 놓치게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동안 중국의 과감한 할리우드 진출은 양측 모두에 좋은 사업처럼 보였다고 했다. 양측의 합작은 할리우드에는 엄청난 속도로 늘어난 중국 중산층을 상대로 상영을, 값싼 자본이 넘쳐나는 중국 회사는 할리우드의 선진 영화 기술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리서치전문 업체인 로디엄그룹에 따르면 2012년부터 중국의 자본은 미국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 해에 미국에 대한 중국의 총 외국인 직접 투자액의 37%에 달했다.
로펌 필드피셔의 국제 엔터테인먼트 그룹 대표인 스티븐 숄츠만은 "중국에서 할리우드로 자본과 관심이 동시에 밀려오는 쓰나미가 있었다. 거래 흐름은 굉장했다"며 "할리우드에 거대한 혜택이었다"고 했다.
로디엄에 따르면 중국의 할리우드 투자 최고점은 2016년으로 48억 달러에 달했다. 이 자금 중 대부분은 중국 그룹 완다로부터 나왔다. 완다는 미국 최대 독립 제작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에 35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외에도 퍼펙트월드, 알리바바도 일부 투자를 했다.
레전더리는 2000년 설립 이후 △고질라 △300 △맨 오브 스틸 △다크 나이트 △인터스텔라 △인셉션 △쥬라기 월드 등 다수의 히트작을 제작했다.
FT는 그러나 중국 기업들의 이런 과속 투자는 원하지 않았던 중국 정부의 관심을 끌었다며 이중 완다 그룹이 가장 주목을 받았다고 했다. 완다 그룹은 레전더리 외에도 미국 최대 극장체인인 AMC에 26억 달러를 투자했다. 또 파라마운트 인수도 시도했다.
하지만 완다는 지난해 AMC 지분을 매각하는 한편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의 소유권도 축소했다.
미국 내 중국계 최대 은행인 이스트웨스트뱅크 책임자인 베네트 포질은 중국의 할리우드 사재기가 통제를 잃으면서 폭락했다며 이후 정말 회복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때만 해도 여전히 조용한 투자가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로디엄 그룹의 중국 국자 투자 전문 애널리스트인 마크 위츠케는 중국 자본은 2017년 중국 규제 당국이 새로운 규칙을 도입한 이후 둔화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0~2021년 중국의 엔터테인먼트 투자가 다시 증가했지만 이는 텐센트가 유니버설 뮤직 그룹 지분을 매입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텐센트는 중국의 기술 규제로 인해 해외 활동 여부가 불확실하며 최근 회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투자 계획을 축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대결까지 영향을 미쳤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대중 정책에 대해 수출과 무역 분야에서 영화 산업을 포함한 자립적인 경제 육성으로 전환했다.
숄츠만은 중국의 소프트파워 이니셔티브는 내부성장, 미·관계에 대한 의존도, 민족주의적 관점을 포함하는 시진핑 정부의 다른 우선순위에 뒤쳐졌다고 했다. FT는 중국 정부의 이런 기조는 중국의 국가주의에 기초한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포질은 중국 정부 관계자들이 8억5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중국판 람보'라고 할 수 있는 전랑2(울프워리어)를 기점으로 더이상 할리우드로부터 배울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고했다. 애국주의를 기반으로 한 영화 주제와 엄청난 수익 등으로 자국 영화 산업에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할리우드에도 중국의 영화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2020년 중국의 박스오피스는 처음으로 북미 박스오피스를 넘어섰다. 비록 코로나19로 북미 시장 대부분이 닫았던 시기로 올해 다시 중국을 앞지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는 중국이 흥행의 선두가 될 것을 시사한다고 했다.
FT는 할리우드는 콘텐츠나 검열 등 항상 중국 시장에서 제한을 받아왔지만 중국에서 영화를 개봉해 수익률을 높이기를 바란다며 중국의 코로나19 봉쇄가 해제되면 외국 영화를 얼마나 개봉할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고 했다.
앞서 최근 중국에서 개봉된 영화 '닥트스트레인지'와 '스파이더맨'은 불분명한 이유로 상영이 중단된 바 있다.
숄츠만은 중국 규제 당국이 국내 영화를 홍보해도 코로나19 규제가 완화되면 중국은 다시 할리우드 영화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다만 이는 매우 신중하게 진행될 것이며 그 대상은 정치적으로 안전함을 느끼는 영화가 될 것이기 때문에 미국 스튜디오에 더 많은 혜택을 줄 것이라고 했다.
jr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