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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값 방어하느라…외환보유액 한달 새 197억달러 감소

중앙일보 안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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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값 방어하느라…외환보유액 한달 새 197억달러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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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외환보유액이 한 달 사이에 196억6000만 달러(약 27조7200억원) 줄었다. 감소 폭으로는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컸다. 위기 때 사용할 수 있는 나라의 달러 곳간이 비어가며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 규모 등 대외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6일 한은에 따르면 9월 말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167억7000만 달러로 8월 말(4364억3000만 달러)보다 196억6000만 달러 감소했다. 감소 폭으로는 2008년 10월(274억2000만 달러) 이후 13년11개월 만에 가장 컸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외환보유액은 올 들어 2월(2억4000만 달러)과 7월(3억3000만 달러)을 제외하고 매달 줄고 있다. 지난달까지 감소한 외환보유액은 463억5000만 달러(65조3500억원)에 달한다.

한은은 9월 외환보유액 감소 원인을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와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 감소, 금융기관 외화예수금 감소 등에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한은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1973년=100)가 9월에는 3.2% 오른 반면 유로화(-2%)와 파운드화(-4.4%), 엔화(-3.9%) 등 다른 통화가치는 떨어졌다.

원화가치 방어를 위해 보유한 달러를 시장에 내다 판 것도 외환보유액 감소의 요인이다. 외환 당국은 올해 2분기(4~6월) 원화가치 방어를 위해 시장에 154억900만 달러를 순매도했다. 2019년부터 분기별 외환시장 개입액을 공개한 뒤 가장 큰 규모다.

최근 원화가치가 달러당 1400원 아래로 밀리며 외환 당국의 개입 규모가 커졌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이날 한은 관계자는 외환 개입 규모 등에 대해 “쏠림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개입했다”고만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외환보유액이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지만 한은은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외환보유액이 세계 금융위기였던 2008년 말(2012억2000만 달러)의 두 배 수준인 데다 민간이 가진 달러 자산도 충분해서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순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은 7441억 달러로 2008년 말(-703억 달러)과 차이가 크다. 오금화 한은 국제국장은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도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동일한 신용등급 국가보다 건실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와는 상황이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서울대 안동현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의 상황을 볼 때 달러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면서도 “대외순자산은 위기 상황에서 바로 쓸 수 있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고 통화스와프 가능성을 모색하는 등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는 전날(1410.1원)보다 7.7원 오른(환율 하락) 1402.4원에 마감했다.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6.4원 내린 1416.5원에 출발했으나 오후에는 1400원대가 깨지기도 했다. 원화가치가 1400원대 아래까지 오른 것은 지난달 21일(1394.2원) 이후 10거래일 만이다. 원화가 강세로 전환한 것은 중국 당국이 위안화 개입을 하자 위안화 가치 상승 기대에 원화가치가 연동돼 오른 것으로 보인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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