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배터리 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에 배터리 소‧부‧장 품목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을 1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할당관세 연장 방안에 대한 국내 배터리 업체의 의견을 청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할당관세란 특정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한시적으로 낮추거나 면제하는 제도다. 배터리 소‧부‧장 품목 할당관세 적용은 2020년 시행됐다.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7개 배터리 소‧부‧장 제품에 적용하는 5~8%의 관세를 면제하기로 했다. 대상 품목은 LCO양극재, LNCM양극재, LNCA양극재, 전극, 흑연화합물, 인조흑연, 구리박, PE분리막, 전해액, 파우치, PVDF바인더, NCM전구체, 소성로 등 모두 배터리의 핵심 소재와 장비들이다.
할당관세는 국내에 수입되는 모든 국가 제품에 적용되지만, 이 제품들은 90% 이상 중국에서 수입된다. 배터리 소‧부‧장 제품 할당관세는 사실상 중국산 제품의 관세를 면제하는 제도다.
배터리 소재 할당관세는 수입 제품의 가격을 낮춰 국내 배터리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하지만, 중국 의존도를 높이고 국내 소‧부‧장 기업 육성에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할당관세 시행으로 국내 기업은 소재 내재화보다는 중국산을 수입하거나 현지 소재 기업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니켈·코발트·망간(NCM) 전구체 수입액은 전년보다 88% 증가한 25억7503만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수입액도 전년 대비 38.7% 증가한 16억2029만달러에 달한다. 니켈, 코발트, 망간 화합물인 전구체는 배터리의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양극재를 만드는 재료다. 전구체는 양극재 가격의 약 70%, 배터리 전체 원가에서는 약 30%를 차지할 만큼 핵심재료다. 전구체는 96%를 중국산에 의지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배터리 핵심 광물의 중국 수입 의존도는 수산화리튬 84.4%, 코발트 81%, 천연 흑연 89.6% 등으로 나타났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할당관세 제도로 (배터리 소재의) 중국 의존도가 올라갔다”며 “특히 전구체 관세 면제 정책은 배터리 산업의 주도권을 중국에 내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미국 IRA에 대응하고 배터리 소재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중국산 소재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할당관세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IRA를 시행하면서 미국·캐나다 등 북미에서 조립되고 북미 지역 핵심광물이 일정 비율 이상 포함된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를 미국 시민이 살 때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배터리 소재의 경우 북미 지역 광물 비중을 내년엔 40% 이상, 2027년까지는 8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할당관세를 갑자기 일몰하는 것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제조사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면서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야 국내 배터리 산업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국내 배터리 소‧부‧장 기업도 육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기영 기자(rck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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