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법 위반 사건 판결문 95건 전수분석
징역형 비율 낮고 대부분 집행유예·벌금형
"연인관계여서 당하는데 그 이유로 감형 부당"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자료. 이탄희 의원실 제공. |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다만, 피고인은 피해자와 8개월 전부터 만나 교제를 해 온 사이였던 점…’
‘피고인이 피해자와의 이혼 과정에서 이 사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여 그 동기에 다소나마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
스토킹 범죄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의 과거 연인이었던 사실이 감형사유로 인정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작년 10월 스토킹처벌법 시행일부터 올해 6월까지 스토킹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판결문 95건을 전수분석한 결과를 공개하면서 법원의 스토킹 사건 감형사유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스토킹범죄의 징역형 선고 비율은 16.8%(16건)에 불과했다. 스토킹처벌법을 위반해 재판에 넘겨진 가해자에게 실형이 내려진 판결이 6건 중 1건에 불과한 셈이다.
대부분은 집행유예(29.5%, 28건)를 받거나 벌금형(27.4%, 26건)에 그쳤다. 특히 집행유예를 받은 28건 중 40%에 달하는 11건과 벌금형 26건의 절반을 넘는 14건이 연인관계였다.
연인관계에서 발생한 스토킹범죄 선고 현황. 이탄희 의원실 제공. |
지난 4월 대구지법에서는 3차례의 스토킹 범행을 저질러 3번 모두 처벌을 받은 가해자가 같은 피해자에 4번째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집행유예를 받아 풀려났다.
수원지법에서는 법정 구속된 스토킹 범죄자가 구치소에서 또다시 편지로 스토킹을 한 사건에서 “구치소에서 보낸 편지 내용이 피해자와의 합의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 실형 대신 징역 4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가해자는 집행유예 후 본인이 풀려난 사실을 피해자에 알리기 위해 계좌번호로 특정 금액을 입금하기까지 했지만 다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피해자가 원치 않는 ‘합의 종용’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을 오히려 가해자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 것이다.
“이혼하면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며 부인의 차량에 번개탄을 가져다 놓고 50여차례 전화한 가해자에게는 “피해자의 외도를 알게 됐다는 범행 동기를 이해할 만하다”며 벌금 200만원 선고에 그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연인관계에 있던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한 수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 피해자는 재범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며 “연인관계여서 당하는데 연인관계였다고 감형하는 것이 말이 되나”고 반문했다.
그는 또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피해자 패싱’을 막아야 피해자가 경찰의 신변보호조치 요청 등 최소한의 자기 보호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살해 사건의 경우 전주환의 영장실질심사 개시와 기각 사실에 대해 어떤 수사·사법 기관도 피해자에 해당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다. 실제 피해자는 ‘제 일인데 저만 빼고 진행되고 있다’라며 변호인에 자신의 불안감을 호소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피해자에게 통보해 보호조치를 할 수 있도록 대법원 예규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 의원의 지적에 법원행정처는 “취지에 공감하고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탄희 의원은 “연인관계였으니 봐준다, 이혼과정이었으니 봐준다는 황당한 감형 판결을 한 법원이 재범 양산의 공범”이라며 “영장심문기일을 피해자에게 통보해서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고, 영장기각 시 피해자에 해당 사실을 반드시 알려 최소한의 신변 보호 요청이 가능하도록 대법원 예규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고 이에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취지에 공감하고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탄희 의원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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