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감시하는 눈동자들을 표현한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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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을 계기로 스토킹 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늘었지만 현행 법과 정책에는 여전히 빈틈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를 들어 스토킹 범죄의 유형은 다양해지는데 법률의 포괄 범위는 좁아 스토킹을 스토킹으로 규정할 수조차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4일 서울 은평구에 있는 연구원에서 ‘신당역 사건을 통해 본 스토킹 방지 법·정책의 공백과 개선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스토킹 행위 유형을 이해하고 스토킹에 대한 법적 개념을 넓히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특정 행위로 제한하지 않고 피해자와 가해자, 주변인 등이 연루된 다양한 행위를 살펴보며 포괄적으로 스토킹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에서 정한 스토킹 행위의 범위는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것보다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스토킹처벌법 제2조는 스토킹 행위를 다섯가지 항목으로 규정한다. 피해자에게 접근하거나 피해자를 따라다니거나 피해자의 진로를 막는 행위, 피해자가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물건을 건네는 행위, 주거지 등에 놓인 물건 훼손 등 행위를 반복하는 경우에만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
김 부연구위원은 이처럼 ‘접근’ 혹은 ‘도달’ 중심으로 스토킹을 규정하면 폐쇄회로(CC)TV나 IP카메라를 통한 감시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접속해 ‘결혼/연애 상태’를 허락 없이 변경하는 등의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공간에 음해성 콘텐츠를 게시하거나 스마트기기에 위치 추적앱을 설치하는 행위, 주거지 부근에 벽화를 남기거나 피해자를 위협하겠다는 의사를 제 3자에게 알리는 행위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스토킹처벌법의 스토킹행위 정의에 예시를 추가하거나, 특정 요건 몇가지를 충족하면 스토킹행위로 인정되도록 ‘포괄적 보충구성요건’을 추가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스토킹 범죄가 흔히 발생하는 직장 내 스토킹 행위에 대한 대책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제한된 공간에서 피·가해자가 함께 있는 직장 내 스토킹의 특수성을 반영한 정책이나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직장 내 스토킹은 피·가해자가 한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생활하고 있고, 서로의 가족이나 집주소, 연락처가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특징이 있어 추가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사용자 의무에 가해자와 조력자 모두 근무상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피해자가 휴가를 가거나, 근무 장소나 시간 변경 등을 할 수 있는 제도가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유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은 “신당역 사건은 피해자를 보호하기에 미비한 법의 공백과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며 “토론에서 논의된 내용들이 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 관련 사건 대응체계를 바로잡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이령 기자 l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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