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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2조7000억 샀다가 반토막 났다…'불개미 무덤' 된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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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지수 하락에 두 배 베팅하는 종목은 팔고(순매도 1위), 지수 상승에 두 배 베팅하는 종목은 사고(순매수 1위). 연초부터 지금까지 개인투자자들의 ETF(상장지수펀드) 투자 흐름을 요약한 결과다. 개인은 시장의 흐름과 반대되는 상황에 베팅하면서 '레버리지(수익률 2배)'까지 노려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ETF 시장이 '불개미(공격적인 개인투자자)의 무덤'이 된 셈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가 올 초부터 지난달 28일까지 순매수한 ETF 상위 10위 종목 가운데 4개 종목이 지수를 두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이었다. 개인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코스피200 지수를 두 배로 추종하는 'KODEX 레버리지'로 순매수액이 1조5206억원에 달했다. 이어 코스닥150 지수를 두 배 따르는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8880억원)'가 2위를 차지했다. 미국 달러 가치 하락에 두 배로 베팅하는 'KODEX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에 1849억원, 미국 나스닥100 지수를 두 배로 따르는 'KODEX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합성 H)'에 1607억원의 순매수가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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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순매수 상위 '레버리지 4종' 수익률 '반토막'



하지만 개인이 순매수에 나선 '레버리지 4종'의 수익률 평균은 '반토막(-50.8%)' 수준이었다.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의 수익률이 -62.1%로 가장 낮았고, KODEX 미국나스닥100레버리지의 수익률이 -58%였다. 이어 KODEX 레버리지(-49.9%)와 KODEX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33%) 순이었다. 이 기간 코스피200(-28.4%)과 코스닥150(-37%), 나스닥100(-33.5%) 지수 등의 하락률과 비교해 손실폭이 컸다. 같은 기간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20.8% 하락(환율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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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현황판. 이날 코스피는 장중 2134.77까지 떨어지며 28일 기록한 장중 연저점(2151.60)을 경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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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32.9%였다. 개인은 레버리지 상품 외에도 반도체·나스닥·중국 전기차·미국 테크 업종 등의 상승에 베팅했다. 업계에 따르면 개인 거래 상위권에 삼성(KODEX) 상품이 많은 것은 삼성자산운용이 국내에 ETF를 처음 도입해 선점 효과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원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마케팅본부 본부장은 "레버리지에 순매수가 몰려 있는 이유는 단기 투자로 상승에 베팅했다가 예기치 못하게 지수가 계속 하락하면서 팔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기관의 경우 지수 하단과 상단을 예측해 중장기 투자에 나서는 반면 개인은 어제 떨어지면 오늘 상방에 베팅하는 형태의 투자 패턴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수익률 77% ‘곱버스’는 팔았다…1조원 넘게 순매도



반대로 올해 들어 개인이 가장 많이 판 ETF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였다. 코스피200 지수 하락에 두 배로 베팅하는 ‘곱버스’(곱하기와 인버스의 합성어로 하락시 두 배 이익) 상품이다. 개인은 이 종목을 1조275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 종목은 올해 가장 많은 거래량(31조좌)을 기록하며 거래대금만 87조9496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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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어 개인은 코스피 지수를 역으로 추종하는 ‘KODEX 인버스(2856억원)’, 코스닥150 지수 선물을 역으로 추종하는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1761억원)’를 순매도했다.

하지만 개인이 매도한 상품은 올 들어 수익률이 높았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가 77.6%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KODEX 인버스(35.3%),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42.5%) 등도 높은 수익을 냈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 팀장은 "개인들이 차익실현을 위해 '인버스' 상품을 일찌감치 정리하고 증시 상승에 베팅하는 상품으로 이동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레버리지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미국발 긴축 여파로 증시의 하방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레버리지 투자로 변동성이 더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찬영 한국투자신탁운용 디지털ETF 마케팅본부 본부장은 “개인의 경우 '감(感)'이나 비전문가의 말에 현혹돼 '바닥(저점)'이라 판단한 뒤 투자 자산을 전부 거는 경향이 있다"며 "자신의 시장 예측이 틀릴 수 있다는 가정에 따라 감당할 수 있는 만큼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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