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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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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픽!] 가정폭력 피해자의 담담한 고백…'생각보다 잘 자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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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가장 안전하고 편안해야 할 집이 전쟁터라면 우리는 과연 어디서 쉴 수 있을까.

모든 폭력이 고통스럽지만, 가정에서 보호자가 휘두르는 폭력은 어린아이들에게 형언할 수 없는 공포일 것이다.

핑크복어 작가의 자전적인 웹툰 '생각보다 잘 자랐습니다'는 아버지가 수십 년째 휘둘러 온 가정폭력에서 자기 자신을 간신히 지켜낸 작가 '복어'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담한 그림체로 풀었다.

연합뉴스

웹툰 '생각보다 잘 자랐습니다'
[리디 표지이미지]


작중 아버지는 1년 중 술을 마시지 않은 닷새가량을 빼고는 거의 매일 폭력을 행사하는 인사다. 의처증이 있고, 도박에 손을 대 빚도 많이 지면서도 모든 분풀이는 가족에게 해왔다.

어린 시절 내내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던 작가와 남동생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경찰을 불러도 훈방되기 일쑤에다가 "자식이 부모를 신고하면 안 된다"는 훈계까지 들으면서 컸기 때문이다.

그들은 벽 너머에서 엄마가 맞고 있는 동안에도 방문을 걸어 잠근 채 공포영화를 보고, 고함이나 비명이 커져야만 밖에 나가서 아버지를 말리는 회피적인 성향으로 자라났다.

그들의 인생에서 아버지를 딱 끊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정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가 어려운데다가 아버지의 집착적인 성향도 한몫했다.

아버지는 작가와 남동생, 엄마에게 협박 문자를 보내고 끊임없이 전화했다. 연락이 닿지 않으면 어떻게든 찾아와 행패를 부렸다.

그래도 이들은 별거와 이혼, 원거리 이사, 접근금지, 경찰 신고 등을 통해 점차 숨 쉴 틈을 찾아 나간다.

지독한 가정폭력과 반지하 셋방살이, 퀴퀴한 가난의 냄새 등을 이야기하지만 이 작품의 성격은 불행 전시라기보다는 자가 치유에 가깝다.

작가는 자신의 가장 오래된 상처를 들여다보고 그 흉터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앞으로 한 발 나아간다.

연합뉴스

[작가 트위터 캡처]


가정폭력의 상처를 일상물에 어울리는 귀여운 그림체와 따뜻한 색감으로 그려낸 것도 인상적이다.

작가는 엄마와 동생, 남편 등 다른 등장인물과는 달리 아버지의 얼굴만은 술병으로 그려놓았다.

아버지를 가족으로도, 인간으로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웠었던 마음이 반영된 듯하다.

제목에서 보이듯 작가는 가정폭력에도 지지 않고 잘 자랐다.

학원 선생님이 돼 보람을 찾았고,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 소소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편안하게 교류하는 엄마와 남동생이 있으며, 우울증 치료를 통해 자신의 상처도 스스로 보듬어 주고 있다.

결국 아버지가 아무리 욕하고 괴롭혀도 '나'라는 사람이 빚어지는 데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며, 아버지 당신과 달리 행복하고 좋은 삶을 꾸린 셈이다.

그렇기에 '생각보다 잘 자랐다'는 이 말은 가장 온전한 복수가 아닐까 싶다.

이 웹툰은 리디와 포스타입에서 연재 중이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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