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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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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부는 ‘MBC 민영화’… 언제부터 왜 시작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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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 집단이 공영방송이라는 건 존재 자체가 모순으로 이제 MBC 민영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권성동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가 지난 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을 방문해 한 발언 내용이다. 그는 이날 오전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MBC의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 보도에 대해 항의하겠다며 MBC 사옥을 찾았다. 앞서 지난 27일 국민의힘은 MBC의 보도를 편파·조작 방송으로 규정하고 이를 시정하기 위한 ‘MBC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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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서울 마포구 MBC 본사 앞에서 권성동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뉴욕 발언 보도에 대해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선동 집단이 공영방송이라는 건 존재 자체가 모순으로 이제 MBC 민영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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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전 원내대표는 “MBC는 악의적 자막으로 대통령 발언을 왜곡해 국민을 속인 ‘대국민 보이스피싱’”이라며 “MBC가 조작하면 민주당은 선동하는 등 광우병 사태와 똑같은 방식, ‘제2의 광우병 선동’으로 단순한 해프닝을 외교 참사로 규정했다고 지적했다.

권 전 원내대표가 MBC 민영화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7월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에서 공영방송의 불공정 편파 보도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며 “‘정권 부역’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만큼 당시 여권인 민주당에 유리하도록 이슈를 편향적으로 다루거나 쟁점을 왜곡하는 등의 사례가 가득하다”고 공영방송으로써의 MBC를 지적했다. 편파 방송을 이유로 MBC의 민영화를 주장한 것이다.

◆정치권서 시작한 MBC 민영화

정치권에서 MBC 민영화를 주장한 것은 이미 십여 년 전부터 계속돼 왔다.

1999년 김대중 정부 시절 방송개혁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MBC 위상 정립’이란 항목에서 MBC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소유 구조는 공영이나 재원은 민영적 성격이기 때문에 채널 성격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3단계 민영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이때는 지금과 같이 정치권에서 MBC 민영화를 강하게 주장하지는 않았다.

MBC 민영화에 대한 정치권의 뜨거운 공세가 시작한 것은 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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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여당인 한나라당(현 국민의힘)과 정권은 두 번의 대선(1997년, 2002년)에서 패배한 원인을 지상파 방송, 특히 공영방송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한 데서 찾았다. 이에 MBC와 KBS2 민영화를 주장하며 방송법 개정과 국가기간방송법 제정 등을 검토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4월에 MBC가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논란’으로 대중의 지지를 받으면서 정권은 MBC 민영화를 쉽게 추진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임기 말기 2012년까지 MBC 민영화를 놓칠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 ‘멘토’로 불린 최시중 당시 방송통신위원장은 2008년 12월 MBC에 공영인지 민영인지 ‘정명’을 밝히라고 압박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들이 여권 측 인사로 대거 선임되고 김재철 당시 MBC 사장 등 MBC 간부 주도로 민영화를 검토했다.

이어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MBC 민영화 주장이 다시 불붙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각계각층의 반발로 본격화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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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대선 후보들 주장으로 재부상

한동안 수면 아래 있던 MBC 민영화는 지난해부터 다시 부상했다. 보수 성향 대선 후보들이 MBC 민영화를 주장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는 보수 시민단체연합인 ‘정권교체국민행동’ 주최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MBC 민영화’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공영방송이 편향돼 있다면, 정말 민영화가 답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도 ‘'언론자유 확대를 위한 방송개혁 공약’ 발표를 통해 “KBS1과 EBS, 아리랑TV 등을 통합해 순수 공영방송으로 운영하고, KBS2와 MBC, YTN, 연합뉴스TV, 서울신문 등은 단계적으로 민영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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