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개혁 '저승사자' 보내는 격" 우려
교육계 안팎에선 '지명 철회', '재고' 반발 목소리
이주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교과부 장관을 지내던 2018년 국회 교과위 전체회의에서 반값등록금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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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주호(62)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MB 교육정책 설계자'다. 교육계 일각에선 이 후보자의 장관 재임 시절 시행된 '자율형사립고'와 '일제고사' 등 정책이 고교서열화와 학생들의 지나친 경쟁 조장 등의 부작용을 낳았다며 반발하고 있어 임명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후보자는 2003년 KDI 교육개혁연구소장을 맡은 뒤 이듬해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공천받아 17대 국회에 입성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인수위원회 사회교육문화분과 간사,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을 거쳐 2010년 교과부 장관에 임명됐다.
이 후보자의 주요 정책 중 일부는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자율형 사립고다. 이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에 따라 자사고 설립을 주도했으나 이로 인해 일반고가 슬럼화되는 등 고교 양극화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자사고는 문재인 정부를 거쳐 현 정부에서도 폐지와 존치를 오가며 논란의 중심에 있다. 또 학업성취도평가를 전수실시(일제고사)하고 평가 결과를 공개했는데 학교와 학생 '줄세우기'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 후보자는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K정책플랫폼'이 올해 3월 발행한 보고서를 통해 교육부의 대학 관련 업무를 총리실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교육부 해체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해당 보고서는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원회에 제출됐다.
교육계에선 이 같은 이유로 이 후보자에 대해 부정적인 분위기다. 한 교육계 인사는 "이 후보자는 역대 장관 중 교육부 공무원들과 가장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인물로 꼽힌다"며 "대통령실에서 교육부 개혁을 염두에 두고 '저승사자'를 보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교원단체와 정치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이날 성명을 내고 "MB정부 시절 경제학자 출신인 이 후보자가 경쟁과 서열 등 경제 논리에 입각한 교육정책을 추진하면서 대한민국 학교에는 교육이 아닌 점수 경쟁만 남았다"며 "평교사의 교장 임용을 막고, 교원평가 법제화를 시도하는 등 교육자치를 훼손한 장본인을 다시 장관으로 세우는 것은 교육 정책의 후퇴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이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김희서 정의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 후보자의 정책은, 말은 다양화였지만 실제론 서열화로 이어져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교육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며 "구시대적 경쟁 교육과 닦달 교육을 밀어붙인 인물이 맞춤 교육 시대에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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