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2025년 9차 당대회 때까지 현상유지하며 핵 강화할듯"
통일연구원·일본 국제문제연구소 공동 세미나
발언하는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북한이 통일국가에 대한 기대를 버린 채 '1민족 2국가'로의 이행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반도 전문가인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일본 게이오(慶應)대 명예교수는 29일 통일연구원과 일본 국제문제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북한의 현 정세: 내부 정세와 대외정책' 웨비나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코노기 명예교수는 남북 교착의 원인을 2019년 북미 하노이정상회담의 실패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패배에서 찾았다.
그는 "남북대화가 중단된 것은 한국에서 윤석열 정부가 탄생한 것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며 "북미 간 다시 협상의 기운이 생길 때까지 남북대화는 재개되지 않을 것이며, 당분간 협상은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비핵화 협상을 명확하게 거절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북한 비핵화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이 핵무력 법제화에 나선 것은 미국 패권에 도전하려는 것이 아니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전에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개입과 확전을 억제하려는 것과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오코노기 명예교수는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존재하는 한 북한은 재래식 전력이 현저한 열세인데, 핵무기를 조기에 사용하지 않으면 한미연합군에 대응할 수 없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최근 북한이 '우리민족제일주의' 이데올로기를 '우리국가제일주의'로 교체하는 정황이 보인다며 "1민족 2국가로 이행하는 초보적 작업을 진행 중일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국가제일주의라는 표현은 2017년 말 노동신문을 통해 처음 등장했고 김정은 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와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언급하면서 주민 교양의 핵심으로 활용되는 슬로건이다.
그는 "북한이 분단국가에서 '민족'과 '국가'의 차이를 모를 리 없다"며 "이런 개념 조작은 한반도 미래와 관계되는 중대한 변화"라고 부연했다.
최고인민회의에서 연설하는 북한 김정은 |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핵무력 정책 법령이 최고지도자에 대한 이른바 '참수 작전'까지 고려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 연구위원은 "북한은 역사적으로 미국이 카다피와 후세인을 어떻게 제거했는지 너무 잘 안다"며 "외부로부터의 극단적인 제거 작전이 나올 수 있다는 것까지 대비해 핵무기 사용을 법제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2025년으로 예상되는 제9차 당대회 때까지는 국내외 상황을 현상 유지 정도로 통제하고 주민들에게 '내핍'을 견딜 것을 주문하면서 궁극적으로는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선 북한이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비교적 안정적으로 상황을 관리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히라이 히사시(平井 久志)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초빙연구위원은 "북한은 중국과 교역을 대폭 줄이고 사실상 '셀프 제재'를 했지만 체제는 거의 흔들리지 않았다"며 "코로나19가 없어지면 경제가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홍재환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코로나19는 북한에 제재가 극단적으로 가해졌을 때 어떻게 되는지 보여준 사례였다면서 "이로 인해 북한이 붕괴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l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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