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9일 서울 헌법재판소에서 구 군인연금법 등에 대한 위헌제청과 헌법소원에 대한 9월 심판사건 선고를 하기 전 자리에 앉아 있다. 2022.09.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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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로 벌금형을 받은 사람이 10년간 어린이집에 근무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9일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아동학대 관련 범죄로 벌금형을 받은 날로부터 10년간 어린이집에 근무할 수 없게 한 영유아보육법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또는 원장인 청구인들은 아동학대 관련 범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영유아보육법은 아동학대 관련 범죄로 벌금형이 확정된 날부터 10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어린이집을 설치·운영하거나 어린이집에 근무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 또 같은 이유로 보육교사 자격이 취소되면 그로부터 10년간 자격을 재교부받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청구인들은 2019년 이같은 영유아보육법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청구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일률적으로 10년의 취업제한을 둔 것은 죄질이 가볍거나 재범 위험성이 낮은 범죄 전력자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제한이라는 것이다.
헌재는 "(심판 대상 조항은) 영유아를 건강하고 안전하게 보육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 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면서도 "범죄 전력만으로 장래에 동일한 유형의 범죄를 다시 저지를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심판 대상 조항은 일률적으로 10년이란 기간 동안 취업제한의 제재를 부과하고 있다"고 했다.
10년 동안 취업제한 대상자가 제재로부터 벗어날 어떠한 기회가 없는 점, 개별 범죄 행위를 고려한 위험의 경중 판단을 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헌재는 아동학대 관련 범죄 전력자에게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로 취업제한을 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심사 절차가 필요하다고 봤다. 10년을 취업제한 기간의 상한으로 두고 법관이 개별적으로 심사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헌재는 "어린이집에 대한 윤리성과 신뢰성을 높여 어린이집을 믿고 이용하도록 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공익에 해당한다"며 "그러나 10년의 취업제한을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제한이 될 수 있어 과잉 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며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했다.
한편 이선애·이은애·이영진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영유아들에 대한 학대 범죄는 쉽게 축소·은폐될 수 있고, 반복적인 학대 행위에 장기간 노출될 위험이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전 생애에 걸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며 "아동학대로 벌금형이 확정된 사람이 어린이집에 근무하게 된다면 어린이집 전체의 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붕괴되고 필요 이상의 불안감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 재판관은 영유아들의 특성을 고려할 때 어린이집 근무자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체육시설이나 학교의 근무자들에게 요구되는 자질이 동일해선 안된다고 했다.
헌재는 2018년 아동학대 범죄로 형이 확정된 자에게 10년간 체육시설이나 학교에 근무할 수 없도록 한 아동복지법에 관해 위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반대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심판대상조항은 아동학대 범죄 전력자를 영유아와 만날 가능성이 높은 어린이집에 한정해 취업을 제한하고, 재범 없이 10년의 기간이 지나면 다시 취업할 수 있도록 한다"며 "침해의 최소성이나 법익의 균형성에 위배되지 않고,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세연 기자 2count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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