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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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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안 충격' 영란은행, 깜짝 '돈풀기' 나서지만…"물가 더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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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BOE, 내달 14일까지 장기 국채 매입…'채권 매각' 양적긴축 계획도 미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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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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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트러스 영국 내각의 감세정책으로 대혼란에 빠진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자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대규모 국채매입·양적긴축 계획 연기 등의 깜짝 카드를 꺼내며 소방수로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BOE의 이번 조치가 시장에 주는 효과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BOE는 이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다음달 14일까지 장기 국채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10월 초부터 시작할 예정이던 보유 채권 매각 계획도 같은 달 말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FT·텔레그래프에 따르면 BOE는 이날부터 향후 13거래일 동안 하루 최대 50억 파운드(약 7조6997억원)씩 총 650억 파운드(약 100조961억원) 규모의 국채를 매입할 예정이다.

지난 23일 영국 정부의 대규모 감세 정책 발표 이후 파운드화 가치가 역대 최저치로 추락했다. 10년물 국채금리(수익률)는 4.5%를 넘어서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30년물 금리는 5%를 넘어서며 2002년 이후 최고 수준에 달하는 등 금융시장에 대혼란이 나타났다. 이는 미국, 한국 등 세계 주요 금융시장에도 충격을 줬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비판도 이어졌다.

이에 BOE가 지난주에 내놨던 양적긴축 계획을 미루고 시장에 개입하며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이다. BOE는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해 지난주 시중의 유동자금을 줄이는 양적긴축 계획을 발표하며 10년여간 유지했던 양적완화 종료를 예고한 바 있다.

영국 현지 언론은 채권 가격의 급격한 하락 속에 환매 요청이 급증하자, 채권을 자산으로 보유한 연기금이 지급불능에 빠질 우려가 제기됐고, BOE가 급히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연기금에 대한 LDI(부채 연계 투자) 전략을 관리하는 카르다노 인베스트먼트의 케린 로젠버그 최고경영자(CEO)는 FT에 "BOE의 개입이 없었다면 채권 수익률은 이날 오전 4.5%에서 7~8%까지 올랐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영국 연기금의 약 90%는 담보가 바닥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BOE는 이날 성명에서 "최근 영국과 세계 자산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심각한 가격 조정을 예의주시해 왔다. 시장의 이런 기능 장애가 계속되거나 악화한다면 영국 금융 안정성에 중대한 위험이 있을 것"이라며 "자금조달 여건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할 수 있고, 실물경제로의 유동성 흐름도 급감할 수 있다"고 시장 개입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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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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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E의 깜짝 발표에 시장의 혼란은 일단 진정됐다. FT에 따르면 앞서 1파운드당 1.03달러대까지 추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던 달러/파운드 환율은 이날 오후 거래에서 1.0877달러까지 올라, 파운드화 가치가 일부 회복됐다. 또 끝없이 치솟던 국채금리도 BOE 발표 이후 급격한 하락을 나타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BOE의 시장 개입 효과는 시장의 단기적 안정에 그칠 뿐 장기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스웨덴 은행 한델스방켄의 다니엘 마호니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물가가 높은 상황에서 BOE의 이런 조치는 (또 다른) 인플레이션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긴급하게 유동성을 풀어 시장에 안도감을 주면 당장의 위기는 피해 갈 수 있지만, 풀린 유동성이 현재 시장의 최대 걸림돌인 인플레이션을 악화시켜 다시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알리안츠 그룹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CNBC에 BOE가 '양적완화'에 더 오래 머물러 있을수록 출구를 더 찾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하며 "(이번 조치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해야 하는 일과 반대인 만큼 정책 일관성 결여를 부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BOE는 요동치는 금융시장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도 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한 급격한 금리인상은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BOE는 지난해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두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결정했었다. 시장은 BOE가 내년 5월까지 기준금리를 25년 만에 최고 수준인 6.25%까지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영국의 기준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2.25%이다. BOE의 통화정책회의는 올해 2번(11, 12월) 남았고, 내년 상반기에는 4차례(2, 3, 5, 6월) 열릴 예정이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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