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스토킹 살인’ 전주환, 경찰 체크리스트엔 “위험성 없음”

21일 신당역 살해 피의자 전주환이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경찰은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스토킹하던 20대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한 전주환을 검찰로 송치했다.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서울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3년간 스토킹 해 온 20대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전주환(31)에 대해 경찰이 지난해 “위험성이 없거나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당역 살인 사건의 피해자는 2019년부터 전주환으로부터 350여 차례에 걸쳐 ‘만나달라’는 등 일방적인 연락을 받고 불법 촬영물을 빌미로 협박을 받아오다 지난해 10월 경찰에 전주환을 불법촬영과 협박 혐의로 고소하고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실에 따르면 경찰은 당일 피해자 진술을 토대로 ‘위험성 체크 리스트’를 작성했는데, 그 결과 “위험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 체크리스트는 스토킹 범죄 위험성 정도를 확인하기 위한 것인데, 경찰은 위험성 평가 3단계 중 가장 낮은 단계인 “위험성이 없음 또는 낮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경찰이 활용한 체크리스트 지침을 보면 피해자나 가족 구성원이 가해자로부터 폭행과 협박, 신체 제한, 성폭력을 당한 사실이 있는지를 묻는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거나 해당하더라도 반복될 우려가 낮을 땐 ‘위험성 없음 또는 낮음’으로 분류된다. 신당역 사건의 피해자는 본인과 가족이 물리적 위협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험성이 없거나 낮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결국 경찰이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체크리스트는 전주환의 범행 가능성을 걸러내지 못한 한계를 보인 셈이다. 이후 지난 14일 밤 사건이 있기까지 전주환에 대한 위험도 재평가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성만 의원은 “가해자의 심리 상태가 언제나 동일한 것이 아니고, 변화할 수 있고 또 증폭될 수 있다. 사건이 종결되기 전까지는 수시로 체크리스트를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환은 피해자 불법촬영, 스토킹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다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 14일 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피해자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전주환을 구속 상태로 수사한 뒤 지난 2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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