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中 4년만에 외환시장 개입…아시아 '환율전쟁' 회오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요동치는 금융시장 ◆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 경제의 양대 축인 중국과 일본이 달러화 강세로 속절없이 무너지는 자국 통화 방어를 위해 긴급 조치를 실시했다. 하지만 강력한 긴축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중국과 일본은 아직도 초저금리 기조와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정부의 잇단 시장 개입에도 불구하고 위안화와 엔화 가치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26일 고시한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0378위안(0.54%) 오른 7.0298위안을 기록해 2년여 만에 7위안을 넘어섰다. 앞서 역외 환율과 역내 환율시장에서 '포치(달러당 위안화 환율 7위안 돌파)'를 기록한 가운데 고시환율조차 7위안을 넘어선 것이다. 위안화 환율이 상승했다는 것은 그만큼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의미다. 위안화 약세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자 인민은행은 이날 외환 선물환에 대해 외환위험준비금 비율을 이달 28일부터 0%에서 20%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금융기관들이 위안화 선물환을 거래할 때 위험 증거금으로 거래액의 20%를 인민은행에 무이자로 예치해야 한다. 인민은행은 "외환시장 기대치를 안정시키고 거시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외환 선물환에 대한 외환위험준비금 비율 상향은 선물 거래로 향후 위안화 가치 하락에 베팅하는 데 필요한 기회비용을 증가시켜 위안화 가치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당국이 외환위험준비금 제도를 처음 실시한 것은 2015년이다. 당시 위안화 약세 압력에 대처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도입하면서 그 비율을 20%로 책정했다. 하지만 약세 압력이 다소 해소되자 2017년 9월 다시 비율을 0%로 낮췄다. 이후 2018년 미·중 무역 갈등으로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자 또다시 비율을 20%로 올렸다가 2년 후에 0%로 내렸다.

다만 잇단 위안화 안정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위안화는 이날 역외시장에서 7.1위안대 후반까지 치솟으며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켄 청 일본 미즈호은행 외환 전략가는 "미국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 추이를 볼 때 인민은행 정책이 위안화 가치 하락세를 뒤집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외화지급준비율 추가 인하, 기준환율 결정 시 경기대응 조정 요소 재도입 등 카드가 조만간 또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 방어에 나서는 것은 외국인 자금 유출 속도가 예상보다 너무 빠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기본적으로 위안화 가치 절하는 수출 기업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로 환율 효과로 인한 '득'보다 수요 감소로 인한 '실'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일본도 엔화 가치 하락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시작했다. 지난 22일 엔화 가치가 24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자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24년여 만에 '엔 매입-달러 매도' 시장 개입에 나선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2일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시장 개입은 3조엔 규모로 이뤄졌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26일 보도했다.

하지만 반짝 상승했던 엔화 가치가 다시 내림세를 보이자 시장 개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미국 등의 금리 인상 속에서도 일본은행이 유지하고 있는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이 달라지지 않는 한 엔저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미·일 금리 차를 완화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일본은행은 22일 엔화 약세와 이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에도 불구하고 경기 활성화를 위해 단기금리를 -0.1%로,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는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올 초 엔화 가치는 달러당 115엔 수준이었는데, 이후 약세를 거듭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3월과 5월, 6월, 7월, 9월 기준 금리를 인상한 데 비해 일본은행은 경기 활성화를 위해 대규모 금융 완화를 유지해왔고, 이것이 엔저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22일 엔화 가치가 24년 만에 달러당 145엔대로 떨어지자 일본 정부가 시장 개입에 나서면서 엔화 가치는 급반등세로 돌아서 한때 달러당 140엔대까지 회복하는 큰 변동성을 보였다.

하지만 이튿날 런던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당 143엔대로 올랐섰고 26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한때 달러당 144엔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엔화 가치가 다시 내림세를 보이자 외환시장 개입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도쿄 = 김규식 특파원 /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