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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연락을 끊고 독립한 딸 주거지를 수차례 찾아 “아빠가 여자가 있다”며 고성을 지르는 등 괴롭힌 혐의를 받는 모친이 스토킹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가족끼리도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스토킹 혐의로 처벌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온 것이다.
서울 서부지법 형사7단독(부장 정철민)은 지난 15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주거침입 혐의를 받는 A씨에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아울러 40시간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다.
앞서 A씨는 독립해 따로 살던 자신의 딸인 20대 B씨의 주거지를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현관문을 두드리는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평소 A씨의 폭언에 시달린 딸은 집을 나와 따로 살게 되면서 가족에게 집 주소와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고 연락을 끊었지만, A씨는 딸의 주거지를 알아내 찾아갔다. 이혼한 남편에게 여자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이를 딸에게 전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해 12월 8일 오후 10시55분께 딸의 거주지인 서울 은평구 한 오피스텔에 배달기사를 따라 공동현관을 통과했다. 그녀는 딸의 집 현관문 앞에서 약 1시간 7분 동안 초인종을 누르고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또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며 “할 얘기가 있다”, “너 집안에 있는 것 다 안다” 등 고성을 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일주일 뒤 또다시 딸의 집을 찾았다. 12월 15일 오후 8시50분께 재차 딸의 집을 찾은 그는 38분 동안 현관문을 두드리고, 문을 열라고 한 뒤 ‘아빠가 돈을 주지 않는다’, ‘아빠에게 여자가 생겼다’는 취지로 편지 7장을 문틈에 끼어 놓았다.
검찰은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지난해 1월 A씨에 대해 벌금형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는 정식재판 없이 서면 심리로 처분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A씨의 요구로 정식재판이 열렸다.
A씨 측은 법정에서 “오랫동안 연락이 되지 않은 딸이 걱정되는 등의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며 “일주일 간격으로 단 2회에 걸쳐 이 같은 행동에 이르렀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스토킹 행위를 한 것 아니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A씨의 폭언 등으로 모녀지간에 불화가 있었고, 피해자가 연락을 거부한 점을 들며 스토킹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2019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피해자에게 폭언 전화나 문자를 보냈고, 피해자가 주소와 연락처를 변경하고도 이를 알려주지 않는 등 A씨도 피해자가 연락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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