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 295건만 유치장 유치
스토킹 범죄자 구속 3명 중 1명은 법원 기각
“검·경 협의체로 유치장 유치·구속 늘리겠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피의자인 31세 전주환이 21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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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직장 동료를 스토킹한 끝에 살해한 ‘신당역 살해 사건’이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준 가운데 스토킹 범죄에 대한 검·경, 사법부의 부실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시행된 잠정조치 4호(유치장 유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바뀌지 않는 검·경과 사법부의 안일한 문제의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21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이달 20일 낮 12시까지 경찰에 검거된 스토킹 사건은 7141건이었으며, 이 중 경찰은 683건에 대해 검찰에 유치장 유치 신청을 했다. 그러나 실제 유치장에 유치된 사건은 295건으로, 전체의 4.1%에 불과했다.
잠정조치 4호는 스토킹처벌법에 따른 피해자 보호 조치 중 가장 강력한 조치다. 검찰이나 법원이 경찰의 잠정조치 4호를 인용하면 최대 한 달간 피의자를 유치장에 구금할 수 있다.
지난달 서울 은평경찰서는 올해 3~8월 전 연인을 스토킹한 30대 남성 A씨에 대해 검찰에 유치장 유치를 신청했지만 검찰은 초범이라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A씨는 지난달 피해자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흉기로 현관문을 훼손하고 문틈에 흉기를 꽂아놓기도 했다.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경찰이 유치장 유치 신청을 할 당시엔 범행의 반복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기각했다”고 해명했지만 여론의 비난을 피할 수는 없었다.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에서 발생한 스토킹 살해 사건(김병찬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이 유치장 유치를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살해 직전 피해자는 근처에 피의자가 왔다며, 잠정조치가 시행되지 않은 것이냐고 경찰에 문의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은 “유치장 유치는 인신 구속 조치다 보니 어느 정도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당시 우리가 가진 것은 진술뿐이었다”고 해명했다. 이 사건 이후 경찰은 “잠정조치 4호를 우선 고려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큰 실효성은 없었다.
어렵게 유치장에 넣더라도 지나치게 일찍 풀려 사실상 실효성이 없었던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서울 구로구에서 50대 중국인 남성이 스토킹 끝에 3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피의자는 범행 3일 전 유치장에 구금됐지만 검찰이 구속영장을 반려하면서 9시간 만에 풀려났다. 경찰은 피의자의 스토킹 범죄를 심각 수준으로 판단했음에도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잠정조치 4호만의 문제가 아니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구속에 대해 사법당국은 인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달 20일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지난달까지 스토킹 범죄와 관련해 총 377건의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이 중 32.6%(123건)는 법원에서 기각됐다. 성폭력 범죄 관련 구속영장과 비교하면 법원의 기각률이 2배가량에 이른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과거 법원이 신당역 살인 사건 용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지 않았다면 이번 사건을 막을 수 있었다는 목소리가 있다”며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에 대해 직접적 위해를 가할 소지가 큰 만큼 스토킹 범죄를 안일하게 보는 사법부의 시각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질타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 검·경은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검찰과 경찰은 검·경 협의체를 구성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달 19일 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협의체를 통해 구체적으로 잠정조치나 구속이 필요한지 고민을 하면서 일을 처리하겠다”며 “이럴 경우 처리 단계가 단축될 수 있고 법원은 영장을 발부하고 잠정조치를 결정할 때 현설적인 상황을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진행 중이거나 또는 이미 불송치 결정한 스토킹 사건을 전수조사하겠다”며 “피해자와 피의자를 즉시 분리하는 ‘긴급응급조치’와 ‘잠정조치 4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이달 20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출석해 여성 역무원 당직을 줄이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노조(이하 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인력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입장문에서 “여성의 직무수행 능력을 제한해 특정 업무에서 제외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며, 불이익 조치에 해당한다”며 “역무원 인력 증원이 불가피하다”고 촉구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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