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스토킹 살인, 한계 많은 제도 개선 시급
경범죄-성폭력 중간 수준으로 인식, 처벌 수위 강화 필요
스토킹 피해자 20~29세 가장 많아, '아는사람'이 과반
스토킹 피해 2.5% 요건 엄격, 처벌대상 행위도 제한적
긴급응급조치 최대 1개월, 반복 행위 막기엔 역부족
여성 역무원이 평소 자신을 스토킹하던 직장 동료에게 살해당한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 입구에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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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여성 역무원 스토킹 살인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 범죄 처벌·피해자 보호제도의 실효성이 도마에 올랐다. 여전히 스토킹을 경범죄와 성폭력 범죄의 중간 정도로 인식하는 실정이어서 처벌 수위를 높이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긴급·응급조치도 보완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가족부의 2021 여성폭력실태조사에 따르면 스토킹 피해를 입은 응답자 중 가해자의 성별은 남성이 92.0%, 여성은 2.5%였다. 스토킹 행위 경험 당시 피해자의 연령대는 20~29세(65.1%)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10~19세(11.2%), 30~39세(10.7%) 순이었다. 스토킹 경험이 있는 여성의 과반은 알고있던 사람에게 피해를 당했고 이중 친밀한 사람에게 피해를 당한 비율은 전체 스토킹 피해자의 10명 중 4명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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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동안 스토킹 행위를 경험한 장소는 오프라인 공간 73.8%, 온라인 9.8%, 둘다 16.4%로 다른 여성폭력 피해와 비교해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최근 1년간 스토킹 행위를 경험한 횟수는 2~4회가 42.9%로 가장 높고 1회(38.8%), 10회 이상(18.2%) 순이다. 조사 대상인 성인 여성 7000명 중 신체적·성적·정서적·경제적 폭력을 당한 비율은 16.1%인데 비해 스토킹 피해 경험률은 2.5%로 낮은 편이었다. 스토킹 적용대상 범위가 제한적인데다 법이 시행된 기간이 짧았고 피해자들이 경험하는 피해 양상을 충분히 포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토킹처벌법에서 스토킹 행위를 정의할 때 △상대방의 의사에 반할 것△정당한 이유 없을 것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킬 것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이 구성요건요소가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스토킹 행위 양상이나 피해 심각성을 토대로 과거보다 중한 범죄로 접근하기 위해 처벌규정을 강화하려다 오히려 구성요건이 엄격해져 처벌 대상 행위에 제약이 생겨난 것이다. 특히 '불안감이나 공포심'이라는 표현이 감정 상태를 범죄 성립 요건으로 둔 것이 부적당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해자와 친밀한 사람인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반의사불벌규정도 폐지가 시급하다. 보복이 두렵거나 기존에 알고 있던 사람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의 의사를 묻는 것 자체가 부담을 줄 수 밖에 없어서다.
스토킹 범죄의 가중처벌 규정도 미흡한 실정이다. 최근 일련의 사건을 토대로 폭행 또는 살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결과적 가중처벌 규정을 둬야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장기간 여러 차례 스토킹이 지속·반복된 경우, 성인이 아동·청소년을 스토킹한 경우, 신뢰 관계에 있던 사람이 스토킹을 한 경우도 가중처벌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독일 형법은 해당 사례에 대해 1년 이상 10년 이하 자유형에 처하도록 했다.
여성 역무원이 평소 자신을 스토킹하던 직장 동료에게 살해당한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 입구에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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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처벌법의 피해자 보호 조치도 최대 1~2개월에 그쳐 피해자를 보호하기엔 역부족이다. 긴급응급조치는 경찰이 스토킹 재발 우려가 있는 경우 상대방·주거지등으로부터 100m 이내 접근을 금지하는 조치로 1개월을 초과할 수 없다. 법원이 내리는 '잠정조치'는 100m 이내·전기통신 접근금지는 2개월 이내(2회에 걸쳐 2개월 연장 가능)만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수사나 재판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접근할 가능성이 높은데도 불기소처분이나 불송치결정을 할 때 잠정조치는 효력을 잃게 된다.
장 연구위원은 "가해자의 심리적 특성을 보면 반복, 지속되는 경우가 많은데 응급조치나 접근금지 조치가 반복되는 스토킹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경찰이 지속·반복적으로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야하는 요건도 보완이 필요하다. 1366센터와 경찰을 연계한다고 하더라도 가시적 피해가 없는 스토킹에 대한 증거여부 채취조차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인식 개선도 시급하다. 이상훈 서울시의원이 신당역 사건을 두고 "좋아하는데 안 받아주니 폭력적 대응을 했다"고 발언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장 연구위원은 "상대에게 공포를 주고 강요하는것이 폭력의 일환이며, 가해 당사자의 감정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며 "공포감을 주는 것이 죄라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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