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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동학개미들의 주식 열풍

[앤츠랩]감사의견 ‘적정’이라 투자했는데 상폐 위기…개미가 꼭 확인해야 할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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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감사보고서 강조사항에 '계속 기업 관련 불확실성' 문구가 적힌 회사는 상장폐지 위기에 몰릴 확률이 일반 기업의 6배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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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모(38)씨는 지난해부터 코스닥에 상장된 스마트폰 부품사 크루셜텍에 투자했다. 지문인식 센서 모듈 시장이 확대될 거란 기대감에서다. 과거 2년 치 회계 감사의견도 '적정'이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5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해 올해 초 상장폐지 심사 대상 기업으로 지정됐다. 이 씨는 "감사의견이 '적정'이어서 강조사항을 보고서도 그냥 지나친 게 화근이었다"고 후회했다. 이 회사 감사보고서 강조사항에는 "계속 기업으로 존속 능력이 불확실하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감사의견 '적정'이라고 재무 우량 기업 아냐"



주식 투자를 위해 재무제표 공부를 시작한 개미들(개인투자자)이 쉽게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 이 씨처럼 회계법인의 감사의견을 재무 안정성이 좋거나 나쁜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착각하는 경우다. 감사의견이 '적정'이면 우량 기업, '의견거절'이나 '한정' 등 비적정 의견을 받으면 부실기업으로 단순하게 판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감사의견은 회계 기준에 맞게 재무제표를 작성했는 지를 판단해 의견을 제시한 것일 뿐이다. 기준에 맞으면 적정, 아예 기준을 어겼으면 의견거절, 조금 어겼으면 한정 의견을 받는다고 이해하면 쉽다.



"감사보고서 강조사항에 '계속 기업 불확실성' 체크"



기업이 과잉 부채나 현금이 부족해 도산 가능성이 있는 지를 확인하려면 감사보고서의 '강조사항'을 봐야 한다. 이 강조사항에 '계속 기업 관련 불확실성'이란 문구가 제시돼 있는 지 체크해야 한다. 이는 기업으로부터 보수를 받고 용역을 수행하는 회계사조차 "계속해서 기업을 운영하기 불확실하다"고 우려해 투자자들에게 '각 잡고' 알려주는 강조점이다. 그만큼 허투루 여겨선 곤란하다.



앤츠랩, '계속 기업 불확실' 상장사 33곳 조사…26곳 유동성 빨간불



앤츠랩은 지난해 말 회계 감사에서 '적정' 의견을 받았지만, '계속 기업 불확실성' 강조사항이 달린 자산 1000억원 이상 기업 33곳의 주요 재무지표를 전수조사했다. 아예 감사의견이 비적정이면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오르는 등 투자 경고 딱지가 눈에 띈다. 하지만 '적정' 의견을 받은 이들 회사는 자금 사정이 부실할 뿐 재무제표를 회계 기준에 맞지 않게 작성한 건 아니기 때문에 주식 거래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그저 아픈 곳이 좀 많을 뿐, 건강진단서를 속이진 않은 셈.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로선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조사 결과 이들 상장사 33곳 중 26곳은 올해 상반기에도 현금 유동성에 경고등이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 유동성 위기는 1년 안에 갚아야 할 빚(유동부채)이 같은 기간 내 현금화할 자산(유동자산)보다 많은 상황(유동비율 100% 미만)에서 온다. 단기 부채를 갚지 못하는 기업은 도산 가능성이 커지는데, 금리 인상기엔 특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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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고금리·고유가·고환율에 항공사 특히 어려워



예컨대 회계법인이 '계속 기업 불확실성'을 강조한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부채비율(부채총계/자본총계)이 작년 말 2410%에서 올해 상반기 6544%로 급상승했다. 코로나 19에 따른 운행 중단으로 인한 재무적 위기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도 해소되지 못했다. 오히려 고금리·고유가·고환율 탓에 부채가 급증했다. 계열사 에어부산도 누적 적자로 올해 상반기 자본잠식에 빠졌다.

제주항공 역시 작년 말 588.1%였던 부채비율이 올해 상반기에는 863.5%까지 상승했다.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도 같은 기간 80%에서 59.9%로 악화했다. 1년 내 현금화할 자산이 갚아야 할 부채보다 더욱 줄었다는 의미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항공업체들은 외화 부채를 끌어다가 비행기를 장기로 빌려오기 때문에(장기 리스)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부채가 더욱 늘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고금리에 고환율까지 덮치며 설상가상의 처지에 놓이는 셈.

조사 대상 기업 33곳 중 23곳은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 특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한국은행은 부채비율 200% 이상 기업을 과다부채 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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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회사는 외화 부채가 많아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부채가 더욱 늘어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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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계속 기업 불확실' 기업 상폐 위기 확률, 6배 높아"



금융감독원은 회계법인의 '계속 기업 불확실성' 강조사항이 제시된 상장사는 의견거절·한정 등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아 상장폐지 위기에 몰릴 확률이 일반 기업의 6배에 달한다고 경고한다. 2020년에만 계속기업 불확실성 기재 기업 105곳 중 14곳이 상장폐지(3곳) 되거나 비적정 의견(11곳)을 받았다.

강대준 인사이트파트너스 회계사는 "감사인은 적자 누적, 과잉 부채, 채무 상환 불확실 등 재무제표는 적절히 작성했지만, 부실한 재무 상태를 확인하면 '계속 기업 불확실성'을 강조한다"며 "감사의견 뿐 아니라 이런 강조사항들이 자구 노력으로 해소될 수 있는 지 판단하고 투자해야 손실을 줄일 수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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