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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구조적 성차별 외면하지 마라”···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정부 대처에 분노한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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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8일 서울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 지난 14일 살해당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피해자를 추모하는 문구들이 붙어 있다. 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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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사건을) 여성과 남성의 프레임으로 보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16일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추모공간을 찾은 자리에서 한 이 발언을 계기로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해온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여성계는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라고 명명하며, 여성을 향한 구조적 폭력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18일 트위터·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신당역살인사건은_여성혐오사건이다’ ‘#강남역_이후_무엇이_바뀌었나’ 등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시태그 운동은 김 장관이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에 대해 ‘여성혐오 범죄는 아니다’라고 말한 당일부터 시작됐다. 김 장관은 앞서 인하대 사망 사건에서도 “여성에 대한 폭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가 뒤늦게 발언을 정정한 바 있다.

여성들은 김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이 대선 공약으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걸고,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주장해온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 맞닿았다고 비판했다. 직장인 A씨는 “강력범죄 피해자의 대다수가 여성인데도 정부가 구조적 차별은 없다고 말하는 건 본질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김 장관의 이번 발언은 여가부를 폐지를 내걸고 당선된 윤석열 정부 내내 되풀이되던 얘기라 실망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같은 해 12월31일까지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검거된 피의자 818명 중 남성은 669명(82%)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 강력범죄 피해자 2만2476명 중 여성의 비율은 85.8%에 달했다.

경향신문

18일 서울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 지난 14일 살해당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피해자를 추모하는 문구들이 붙어 있다. 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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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추모를 위해 지난 17일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도 정부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한국여성의전화, 불꽃페미액션 등이 주관한 집회에는 70여명의 검은 옷을 입은 시민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각자 ‘국가가 죽였다’ ‘사법부도 공범이다’ ‘막을 수 있는 죽음이었다’ 등의 문구가 쓰인 손팻말을 들었으며, “더 이상 죽을 수 없다” “여성의 생존권 보장하라” “성 평등 교육 강화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성명문을 통해 “일터에서 불법 촬영과 스토킹 범죄에 노출되던 여성 노동자가 업무 중 살해당한 사건이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니고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면, 무엇이 구조적 문제인가”라면서 “여성 시민의 죽음 앞에서 시민 보호라는 국가의 당연한 의무보다 ‘구조적 책임에 대한 부정’이 앞서는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수 한국여성의전화 활동가는 “한국여성의전화 ‘분노의게이지’에 따르면 1.4일마다 1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 내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놓여있지만, 정부는 제대로 된 통계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면서 “법무부가 스토킹 처벌법을 개정하겠다고 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분노의게이지’란 이 단체에서 2009년부터 언론에 보도된 여성살해 사건 기사를 집계해 매년 발표하는 통계다.

온라인을 통해 집회 소식을 접하고 집회 현장에 나온 강정연씨(26)는 “집회에 나오는 사람이 많아야 지나가는 시민들이 사건에 관심을 가질 것이란 생각에 나왔다”고 했다. 강씨는 “특히 (이번 사건이)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니라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발언과 피해자를 2차 가해한 이상훈 서울시의원의 발언에 크게 분노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사건 발생 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스토킹 방지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 TF 해체에 책임이 있는 만큼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며 “이제라도 정부가 구조적 성차별을 인정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길 바란다”고 했다.


☞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피해자 온라인 추모 공간
https://bit.ly/3S51k3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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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이소영 기자 doye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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