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일어난 서울 중구 신당역 화장실에 17일 시민들이 추모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다. 한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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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노동·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여성 노동자의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노동자들의 안전한 일터 마련을 위한 규칙 제정과 젠더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고민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오는 19일부터 추모주간을 갖기로 하고 추모행동에 나선다. 노조는 “이번 사건으로 인한 충격과 공포를 치유하고 극복해 나가고자 한다. 또한 말잔치에 그치지 않도록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해 집행될 수 있도록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이번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구의역 김군 사건’과 ‘강남역 10번 출구’ 사건과 겹쳐 보인다고 분석했다. 혼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망한 김군처럼 역무원들은 홀로 일하면서 안전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주취객이나 악성민원인 등으로부터 위해와 폭력에 상시 노출돼 있다. 배 대표는 “2인1조로 일했다면 가해자가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2인1조 근무규칙은 비단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기본적인 노동자 안전을 위해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강남역 사건과 겹치는 이유는 이번 사건의 본질이 ‘젠더폭력’으로부터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일터라는 공간에서 발생한 젠더폭력이 얼마나 더 위험할 수 있고, 얼마나 더 피해자에게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배 대표는 “회사가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성평등이 잘 실현되는 사회여야 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여성들의 안전한 일터라는 것이 성평등한 직장문화로 정착돼야 한다는 인식을 명확히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17일 서울 중구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 모여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의 피해자를 추모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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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1년 여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평생동안 스토킹 피해를 한번이라도 경험한 여성은 전체 응답자의 2.5%로 조사됐다. 지난 1년간 스토킹 피해를 한번이라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0.2%였다. 이 실태조사는 유럽연합(UN) 등 국제적 기준에 맞춰 ‘여성폭력’ 유형에 ‘스토킹’을 더해 피해경험을 조사한 것으로, 지난해 9월22일부터 11월30일까지 만 19세 이상 성인 여성 7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장 심각한 스토킹 행위의 가해자 10명 중 1명(13.5%)이 ‘직장이나 학교 구성원’이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32.8%로 가장 많았고, 과거 사귀었으나 피해시점에 헤어진 사람(14.7%), 친구(11.6%), 피해 당시 사귀던 사람(10.4%), 당시 배우자(4.4%) 등으로 분석됐다. 스토킹 가해자 10명 중 9명(93.7%)은 남성이었다.
심각한 스토킹 행위가 지속된 기간은 1개월 미만인 경우가 36.5%로 가장 많았고, 1개월~3개월 미만 23.5%, 3개월~6개월 미만 18.3%, 12개월 이상이 12.1%, 6개월~12개월 미만 9.6% 순이었다. 연구를 진행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스토킹 행위가 단기간에 중단되지 않으며,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경우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스토킹 행위 유형을 살펴보면, ‘주거, 직장, 학교 등의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가 37.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접근 혹은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27.8%), ‘우편, 전화 또는 인터넷 등을 이용해 물건이나 영상, 문자 등을 보내는 행위’(14.8%) 등으로 나타났다.
스토킹을 경험한 장소는 오프라인(76.5%) 공간이 가장 많았다. 온라인·오프라인 둘 다(14.8%), 온라인(8.7%) 등에서도 스토킹 범죄가 발생했다. 대부분 스토킹 피해는 오프라인에서 발생하지만, 온라인 공간을 넘나들며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온라인 추모 공간’을 마련해 포스트잇에 붙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기록합니다. 추모 공간을 방문하기 어려우신 분들은 이곳에서 피해자를 기리는 마지막 한마디를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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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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