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스토킹 처벌=반의사불벌죄’ 폐지 추진키로
대검, 스토킹전담검사에 구속영장·잠정조치 철저 지시
16일 서울중앙지법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여부 주목
최근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스토킹 범죄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던 가해자가 피해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해 큰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사법 당국이 스토킹 범죄 대응책 개선에 나섰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6일 대검찰청에 ‘스토킹 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 사건과 관련 “이러한 범죄가 발붙일 수 없게 하라”며 법무부에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 처벌법) 보완을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전 직장동료인 20대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A(31)씨가 16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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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돼 형사처벌이 강화됐음에도 스토킹과 그에 이은 보복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법무부는 피해자 보호를 위한 스토킹 처벌법 개정을 추진한다.
특히 법무부는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스토킹 처벌법이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돼 있어 △초기에 수사 기관이 개입해 피해자를 보호하는데 장애가 있고, △가해자가 합의를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2차 스토킹 범죄나 더 나아가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하는 보복범죄를 저지르는 원인이 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
법무부는 과거 반의사불벌죄 폐지 법률안에 대해 사실상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으나, 앞으로 정부입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사건 초기 잠정조치 방법에 가해자에 대한 위치추적을 신설해 2차 스토킹 범죄와 보복범죄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피해자보호 강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8월 전자장치부착명령 대상을 스토킹 범죄까지 확대하도록 하는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스토킹 범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거나 가석방돼 출소 또는 형 집행을 종료한 사람 중, 재범 위험성이 인정되면 초범의 경우에도 전자장치부착명령을 가능하게 하고 피해자 등에 대한 접근금지를 필요적으로 부과하는 등의 조치가 담겨 있다.
이원석(오른쪽) 검찰총장이 16일 스토킹전담검사가 참여하는 ‘전국 스토킹전담검사 긴급 화상회의’를 개최했다. 이날은 이 신임 검찰총장이 제45대 총장으로 취임한 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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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검은 이틀 전인 14일 스토킹 범죄 등으로 기소돼 재판 중인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범죄가 발생하자, 이에 엄정 대응하기 위해 전국 60개 청에 총 89명이 지정된 스토킹전담검사가 참여하는 ‘전국 스토킹전담검사 긴급 화상회의’를 개최했다. ‘윤석열 사단’으로 꼽히는 이원석 신임 검찰총장이 제45대 총장으로 취임한 날이기도 하다.
지난 14일 밤 30대 남성 A 씨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을 찾아가 근무 중이던 전 여성 직장동료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붙잡혔다. A 씨는 불법촬영과 스토킹 혐의로 이미 재판을 받으며 징역 9년을 구형받은 뒤 1심 선고 예정일 하루 전 피해자를 찾아가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대검은 스토킹범죄가 강력범죄로 악화되는 사례가 계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피해자에 대한 집착 성향·정도, 직장·주거 등 생활 근거지 밀접성, 범행 경위·기간 등 피해자와 관련한 위해 요소를 치밀하게 수사하기로 했다. 아울러 피해자에 대한 위해가 우려되는 경우 구속 수사 및 잠정조치를 적극 활용해 스토킹행위자를 피해자로부터 분리함으로써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조치하기로 했다.
잠정조치는 스토킹 범죄의 원활한 조사‧심리‧피해자 보호를 위해 법원에서 직권 또는 검사의 신청에 따라 행하는 처분으로 △스토킹 중단에 관한 서면경고 △피해자나 주거 등에 대한 100미터 내 접근금지 △피해자에 대한 통신 접근 금지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를 내용으로 한다.
대검은 각급 청별로 지역 경찰관서와 협의회를 개최하고 구속영장·잠정조치를 통한 적극 대응 방안을 확립하겠다는 입장이다.
16일 서울 중구 신당역에 마련된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추모공간에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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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와 입사 동기로 서로 알고 지내던 A 씨는 불법촬영 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피해자를 협박하고 만남을 강요한 혐의로 두 차례 피해자로부터 고소당했다. 작년 10월 7일 처음 고소됐을 때 경찰은 이튿날 A 씨를 긴급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이후로도 스토킹에 시달리던 피해자는 올해 1월 27일 A 씨를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재차 고소했다. 경찰은 2차 고소 때는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사 기관의 피해자 보호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승 연구위원은 “검사가 9년을 구형하고 한 달 후 선고가 있는 경우 불구속 피고인은 형량을 낮추기 위해 피해자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합의를 위해 2차 가해를 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예견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꼬집었다. 이어 “9년 구형 후 수사 기관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승 연구위원은 “비동의 불법촬영 및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 이후에도 피의자 A 씨는 지속적으로 피해자인 여성 역무원을 스토킹해 다시 고소됐다”며 “불법촬영 영상이 있는 경우 그 영상이 외부로 유출될 수 있는 위험도 피해의 우려에 당연히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속 사유를 심사함에 있어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고려하는데, 결론적으로 비동의 촬영죄와 불법촬영물을 이용한 협박죄는 범죄가 중대하고 재범의 위험성과 피해자에 대한 위해의 우려가 현존하고 명백해 구속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서관 321호 법정에서는 김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신당동 역무원 살인 사건 관련 피의자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열렸다.
[이투데이/박일경 기자 (ekpark@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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