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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연합시론] 스토킹 강력범죄에 무기력한 형사사법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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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신당역 추모공간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서 역무원이 피살된 사건은 반복되는 스토킹 살인 범죄를 막을 대책은 없는 것인지 심각한 우려를 던진다. 동료 여성 역무원을 스토킹하다 살해한 전 모(31) 씨는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스토킹 범죄의 전형적 행태를 보여줬다. 그러나 수사기관과 법원 등 형사사법 제도의 무기력과 안일 속에 또 한 명의 희생을 막지 못했다.

우선 법원의 구속 여부 판단에 의문이 제기된다. 숨진 피해자는 전씨가 2019년부터 수백 차례에 걸쳐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만남을 강요하고 급기야 불법 촬영한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자 지난해 10월 7일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전씨를 긴급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고 한다. 피해자를 위해할 우려나 범죄의 중대성 등도 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기준일 터인데 법원이 이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던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길 없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오던 전 씨는 검찰이 징역 9년의 중형을 구형한 이 사건 선고를 하루 앞두고 치밀하게 계획해 피해자를 살해했다.

스토킹 피해자를 위한 경찰의 신변 안전 조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처음 고소가 접수된 뒤 한 달간 112 시스템상 안전조치 대상자로 등록한 게 전부였다. 경찰은 "한 달간 별 징후가 없었고, 피해자가 기한 연장을 원치 않아 안전조치를 해제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가해자를 피해자의 집과 직장으로부터 접근을 금지하고 전자장치를 통해 접근 금지의 실효성을 높이는 조처를 했더라면 사건 발생을 미연에 막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특히 불구속 상태에서의 재판이라면 피해자 안전 조치가 더 필요했을 것이다. 물리적 위해나 협박이 없는 가해자의 스토킹 위험도를 제대로 측정하기 어렵고, 안전조치에 대한 피해자의 주관적 감정이나 동정심을 존중해왔던 제도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다. 억울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어서도 안 되지만 명백한 위험에 노출된 사람을 보호하는 것 역시 형사사법의 무시할 수 없는 원칙이다. 스토킹 범죄 피해자 보호 체계를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스토킹은 짝사랑의 과도한 양상이라는 온정적인 사회적 인식도 변해야 한다. 명확한 거부에도 불구하고 상대에게 끊임없이 집착하는 것은 병적인 소유욕이다. 상대의 의사나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감정표출과 집착은 공격적이고 강제적이라는 점에서 스토킹 범죄 처벌이 생겨났다. 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갔다고 생각했는데, 그 직후부터 한 남자로부터 스토킹을 당하기 시작해 3년간 협박과 공포에 시달리다 결국 그의 손에 죽임을 당한 피해자는 사랑이 아니라 극악한 범죄의 피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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