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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신당역 살인 사건’ 스토킹 피해자 보호조치 미흡이 부른 총체적 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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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5일 서울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쯤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혐의로 30대 남성 전모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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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역무원이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흉기 피습을 당해 숨졌다. 직장동료이던 가해 남성은 피해자를 스토킹한 혐의로 기소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중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범행을 저질렀다. 스토킹 범죄 피해자에 대한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부실대응, 직장 내 안전조치 미흡 등 총체적 문제가 빚은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15일 서울교통공사 직원 전모씨(31)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전씨는 전날 오후 9시쯤 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서 순찰을 돌던 역무원 A씨(28)를 뒤쫓아가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전씨는 일회용 위생모를 쓴 채 신당역에서 1시간10분가량 머물며 A씨를 기다렸다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와 A씨는 2018년 12월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한 동기 사이였다. 이듬해 전씨는 A씨에게 사적 만남을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지속적으로 A씨를 스토킹했다. 전씨는 A씨가 지난해 10월 서울 서부경찰서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한 다음 날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체포 다음 날 경찰은 전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주거공간이 일정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이 서울교통공사에 수사 개시를 통보해 전씨는 지난해 10월13일 직위해제됐다. 같은 역에 근무하던 피해자 A씨는 다른 역으로 전보 조치됐다.

전씨는 이후에도 스토킹을 멈추지 않았다. A씨는 지난 1월27일 전씨를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 2차 고소가 이뤄진 당시에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다. A씨는 혐의가 인정돼 지난 2월과 7월 각각 재판에 넘겨졌으며, 두 사건이 병합된 재판의 선고가 이날 예정된 상황이었다. 검찰은 전씨에게 징역 9년을 구형한 터였는데, 선고를 하루 앞두고 A씨를 살해한 것이다. 전씨의 범행으로 선고는 오는 29일로 연기됐다.

법원이 검찰의 1차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고, 경찰은 2차 구속영장 신청을 누락해 피해자를 전씨의 범행으로부터 보호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피해자에 대한 신변보호 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첫 고소 직후 경찰은 피해자를 신변보호 112시스템에 등록하는 등 안전조치를 한 달간 실시했다. 다만 잠정조치나 스마트워치 지급, 연계순찰 등 다른 조치는 피해자가 원치 않아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안전조치 종료 시점에도 위험성이 계속 있으면 경찰 직권으로 재심의할 수 있다”면서도 “(해당 사건은) 안전조치 기간 중 특이사항이 없었고 피해자가 연장을 원치 않아 (1개월 후) 종료했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직장인 서울교통공사 측의 직원 안전관리 미흡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공사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작업장에서 작업자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 문제가 중첩돼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역내 순찰 시 안전과 관련한 별도의 매뉴얼이 없다”며 “역무원은 조당 2명씩 150개 역사에 배치되는데, 민원인 응대 등을 하다 보면 결국 혼자서 순찰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책읽는여성노동자모임은 성명문을 내고 “이 사건은 여성을 향한 젠더폭력이고, 안전하게 노동할 노동자의 권리가 침탈당한 사건”이라며 “사건의 책임은 공사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내 성폭력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조치 않은 점, 역무 직원이 근무 중 불시의 위험에 처하더라도 공동대응할 수 있는 최소 인력을 배치하지 않은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경찰은 전씨가 자신을 고소한 A씨에게 보복하려고 오랜 시간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수사기록을 요청해놓은 상황”이라며 “보복 범죄로 확인되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는 사건의 경위를 담은 입장문을 내고 “심야 근무 시 역 직원의 안전을 기할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구체적인 장례절차는 유족과 협의 중”이라고 했다.

사건이 발생한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에는 이날 오후부터 피해자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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