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초창기에만 해도 게임은 아이들 혹은 철없는 마니아들이나 하는 취미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산업이 점차 고도화되고 모든 연령층을 어우르는 대중문화로 자리잡으며 이제는 누구나 게임을 하는 시대가 왔다. 가수들도 예외는 아니다. 한 명의 게이머로서 열광적으로 게임을 하기도 하고, 팬들과 게임 관련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때로는 자신의 본업을 살려 게임 관련 음악작업을 진행해 게이머와 팬들의 귀를 즐겁게 해 준다.
이러한 게임과 음악의 만남은 보통 게임사와 계약을 맺고 전용 OST나 커버곡, 콜라보 등 공식 음악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게임사와 관계 없이 개인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노래도 있다. 순수하게 게임이 좋아서, 혹은 가수 개인의 일상으로 자리잡은 게임을 하다 영감을 받아 만든 노래들이다. 오늘은 게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가요들을 모아 봤다.
TOP 5. 이소라의 와우 사랑이 노래로, 조규찬&이소라 'WOW'
이소라 하면 시와 인생을 목소리로 연주하는 아티스트로 정평이 나 있지만, 팬과 게이머들은 그의 또다른 모습을 잘 알고 있다. 바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일명 와우의 진성 유저라는 것이다. 실제로 그녀는 와우 외에도 다양한 게임을 자주 해 온 열정적인 게이머로 잘 알려졌는데, 음악 관련 스케쥴이 없을 때는 주로 집에서 게임을 하고 보낸다고 한다. 실제로 2019년에는 와우 클래식을 시작했다고.
이소라의 와우 사랑은 취미로 끝나지 않고, 절친한 가수인 조규찬의 2010년 9집에 WOW라는 다소 노골적인(?) 이름의 곡으로 표현됐다. 이소라가 직접 작사한 해당 곡에는 <네가 있으면 난 컨트롤 안돼 네가 없으면 Out of control>, <오늘도 너와 나는 메이트 온종일 너와 난 데이트 너만을 지키겠어> <난 늘 네 옆에 넌 늘 내 옆에 나는 널 너는 나를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믿어주는 것> 이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표면적으로는 사랑 노래지만 와우에 비유해 봐도 딱 들어맞는 중의적 곡이다. 그래, 파티사냥이란 저런 것이지.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클래식 (사진출처: 와우 공식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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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유재석이 진행하는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장범준이 등장했다. 유재석의 꾀임(?)에 넘어가 쟁여둔 곡을 조금씩 풀기 시작했는데, 그때 공개된 곡이 바로 실버 판테온이다. 간주 부분에서 "멋있죠? 시티 팝 같죠?" 라고 썰을 풀던 장범준은 첫 소절부터 <난 몇 달째 실버 3~4에 있었어. 근데 난 플래 가고 싶다고 말했지>라는 가사로 유재석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유저들이라면 단번에 알아챌 랭크 게임 등급 얘기지만, 유재석에게는 다소 낯선 가사였다. 그러나 노래 내내 판테온으로 플래를 간다느니 빵테온이니 하는 얘기가 나오니 유재석 역시 "너 이거 게임 노래지?" 라며 단번에 알아차렸다. 결국 이 곡은 풀버전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며 롤 유저들의 선풍적인 호응을 얻었고, 결국 2021년 6월 정식 싱글로 발매되고야 말았다. 이런 명곡을 쟁여놓고 이제껏 발표하지 않았다니, 짖궂은 아티스트가 아닐 수 없겠다.
▲ 실버판테온에 직접 언급되는 '빵테온' (사진출처: 리그 오브 레전드 공식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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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혁과 이수현 남매로 이루어진 악뮤(AKMU)의 2014년 데뷔앨범인 1집 PLAY 첫 곡인 기브 러브(Give Love).
가사 자체는 사랑 이야기지만, 영감을 얻은 것은 다름아닌 게임이다. 당시 국내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겼던 퍼즐게임 애니팡의 하트 시스템인데, 플레이 재화의 일종인 하트를 서로 보내고 받는 과정을 '하트=사랑'으로 재해석했다는 것. 당시 기자도 애니팡에서 하트를 수도 없이 주고 받아봤는데,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 어떻게 이런 발상을 했는지 감탄을 내뱉었다.
▲ 애니팡과 하트 (사진제공: 선데이토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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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쇼미더머니를 통해 이름을 알린 힙합 아티스트 세 명이 뭉쳤다. 시즌 9 3위를 기록한 플로우 랩퍼 래원, 시즌 10 최동 우승자가 된 실력파 랩퍼 조광일, 시즌 8~10에 연속 참가해 인상적인 올드스쿨 랩을 선보인 안병웅이다. 각각 2001년생, 1996년생, 1999년생으로 나이대도 비슷한 이들이 공동 작업을 한 것은 다름 아닌 게임 때문. 바로 크래프톤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를 함께 하다 영감을 받아 이를 음악으로 승화시켰다고 한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고 둘이다. 첫 곡인 라이언 일병은 다소 공격적인 힙합 정신을 <앞으로 달려가 맨몸으로 배틀>,
▲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사진출처: 스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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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클래식의 대표곡이자, 국내 가요계의 명곡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마법의 성. <믿을 수 있나요 나의 꿈 속에서 너는 마법에 빠진 공주란 걸>으로 시작하는 서정적 가사로 인해 1994년 발표 당시엔 동화 속 세계를 다뤘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기자 역시 당시 이 노래를 들으며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나 동화책 속 이야기를 떠올렸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해당 곡을 작사/작곡한 더 클래식 멤버 김광진이 직접 밝힌 바에 의하면, 마법의 성은 다름아닌 페르시아의 왕자 2편을 하다가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라고 한다. 자파를 완전히 해치우고 공주와 재회하는 이 게임에서는, 가사에서처럼 마법의 성에서 힘을 얻고, 모래 늪지의 비밀을 풀고,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자유롭게 저 하늘을 날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동화적인 게임이 영감을 준 1세대 가요라 칭해도 되겠다.
▲ 페르시아의 왕자 2 (사진출처: 인게임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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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류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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