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아동학대 의심되는데 원장이 신고 안해…교육청은 '깜깜'

신고 의무 위반에 구청서 과태료 부과…"교육청에는 통보 규정 없어 문제" 지적

아동학대…"면밀한 접근 필요"(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준태 기자 = 유치원과 초등학교 등에서 일하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가 제때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돼도 정작 교육당국에서는 이를 통보받지 못해 추가 조처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10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의 한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를 둔 A씨는 유치원 교사가 자녀를 방치했다는 얘기를 듣고 아동학대를 의심했다.

이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관할 구청은 올해 6월께 유치원 원장에게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정황이 있을 때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해야 하는데도 신고 의무자인 원장이 이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유치원 원장이 과태료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A씨는 관할 교육지원청을 찾아 추가 조처가 내려질지 문의했지만, 교육청에서는 해당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에 관련 규정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법에 따르면 유치원과 초등학교 등에 종사하는 사람 등은 아동학대 사실을 알게 된 경우나 의심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 및 수사기관에 신고할 의무가 있다. 이를 어기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하지만 자치구에서 과태료를 부과할 때 이 사실을 관할 교육청에 알려야 한다는 규정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자치구의 아동학대 업무 담당자는 "과태료를 부과했을 때 그 점을 (교육청에) 공유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자치구의 담당자는 "의무를 위반한 사람의 거주지가 관내에 있어 타 지자체의 요청을 받아 처리한 적은 있다"며 "요청한 곳에는 결과를 알려야겠지만, 교육청에까지 보고해야 한다는 의무는 없다"고 했다.

교육청이 해당 사실을 알지 못하면 유치원 평가에 이를 반영하는 등 필요한 조처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박강산 시의원은 "아이들이 법적 울타리 안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기존 법에 허점이 있다면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교육청이 교육부에 (법 개정을) 건의하도록 요청하는 등 시의회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가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아닌 지자체로 신고하도록 법이 개정된 2020년 3월 24일부터 올해 9월 6일까지 서울 자치구에서 신고 의무 위반으로 과태료를 매긴 사례는 5건이다. 이 가운데 보육시설에서 발생한 1건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교육청 소관인 유치원과 학교, 학원에서 발생했다.

readin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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