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도 가격하락 못막아
가파른 금리인상에 경제 위축
석유수요 둔화 전망에 힘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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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7일(이하 현지시간) 5% 이상 폭락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월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이른바 확대된 석유수출국기구 OPEC+가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10월부터 하루 10만배럴 감산을 결정했지만 유가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유가, 배럴당 82달러로 추락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5.7% 떨어진 81.9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WTI가 배럴당 85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올 1월 후반 이후 처음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 11월물 브렌트유도 현재 배럴당 5.5% 급락한 87.7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90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2월 이후 처음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중개인들은 그러나 이날 급격한 유가 하락이 수요둔화 우려에서 비롯되긴 했지만 과장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시장 흐름에 대해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 적극적으로 선물시장 거래에 참여하지 않고 있고, 시장 참가자들이 적은 탓에 작은 거래 패턴 변화에도 유가 움직임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석유 수요 둔화는 현실이다. 실제로 올여름 이후 둔화세가 뚜렷하다. OPEC+가 5일 하루 10만배럴 감산을 결정한 이유다. 감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유가는 반짝 하락세를 기록했을 뿐이다. 지금은 감산보다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석유 수요 둔화 우려가 석유시장을 지배하는 가장 큰 변수이기 때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를 비롯해 유럽중앙은행(ECB) 등 각 중앙은행들이 치솟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가파르게 금리를 올리면서 팬데믹 이후 호황에 접어들었던 세계 경제가 위축되고 있다. 연준은 오는 20~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75%p 금리인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26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잭슨홀 발언 직전만 해도 0.75%p 금리인상 가능성을 반반으로 보던 채권시장에선 이제 그 가능성을 82%로 보고 있다.
ECB도 연준처럼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것이란 예상이 점점 힘을 받고 있다. 8월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인플레이션이 9.7%를 찍고, 조만간 10%를 돌파할 것이란 우려가 깊어지면서 ECB 역시 0.75%p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주요 중앙은행들의 가파른 금리인상은 경제 성장세에 찬물을 끼얹고, 이에 따라 석유 수요 역시 급격하게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킹달러도 유가 하락 배경
유가를 끌어내리는 또 다른 요인도 있다. 킹달러다. 연준의 가파른 금리인상이 달러 가치 고공행진으로 이어지면서 달러로 표시되는 석유를 비롯한 각종 상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달러는 올해 외환시장의 절대 강자다. WSJ 달러지수는 올해 13% 가까이 폭등했고, 유로에 대해서는 20년만에 처음으로 '1유로=1달러'라는 패리티 시대를 연데 이어 지금은 1달러 가치가 1유로보다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영국 파운드에 대해서는 1985년 이후, 일본 엔에 대해서는 199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OPEC+의 5일 감산 결정은 당일 유가를 끌어올리는데 그쳤을 뿐 6일 이후 국제유가는 계속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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