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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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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차별 ‘한·미 협의채널’ 연다지만···미국의 관심은 ‘중국 견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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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무역대표부(USTR) 회의실에서 열린 ‘한미 통상장관회담’에 참석해 캐서린 타이 USTR 대표와 면담을 하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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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미국의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차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별도의 협의 채널을 구성하기로 8일 합의했다. 다만 근본적인 해법인 법 자체 개정은 결국 미 의회의 몫이어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미국의 주요 관심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한 ‘대중국 견제용’ 공급망 재편에 기운 모습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7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만나 전기차 세액공제와 관련해 별도의 양자 협의채널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발효된 IRA에 따르면 앞으로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만 국한해 최대 7500달러(약 1035만원)인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미국에 전기차 생산체제를 아직 갖추지 않은 현대차·기아가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안 본부장은 지난 5일부터 백악관과 정부·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 측 우려를 전달하며 해당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협의체가 가동되면 양측은 미국이 한국 자동차업계의 피해 완화를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IRA 시행령 등에 이를 반영할 수 있는지 등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안 본부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협의체 일정 등에 대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협의할 것”이라며 “최대한, 가능한 많은 대안에 대해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한국의 문제제기에 공감한다면서도 내부적으로 법률의 구체적 효과와 내용에 대해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이 실무·고위급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의 이달 하순 유엔총회 참석이나 오는 29일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 방한을 계기로 정상급에서까지 이 문제를 최우선 현안으로 다루려는 한국 내 분위기와는 온도차가 있다.

특히 이미 발효된 IRA의 개정 없이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점에서, 미 정부 차원에서 실효성 있는 조치를 내놓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결국 법 개정 권한을 지닌 미 의회를 설득해야 하는데 11월 중간선거까지 맞물려 있어 뾰족한 해법이 없는 게 냉정한 현실이다.

안 본부장과 타이 대표가 협의 결과를 전하는 시각에도 양국의 온도차가 드러났다. USTR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전기차 이슈에 대해서는 “한국의 걱정을 주의 깊게 들었다” “문제에 대한 참여 채널을 열기로 약속했다”고만 밝혔다. 오히려 미국 측은 “타이 대표가 IPEF에 대한 한국의 긴밀한 협력을 환영했다” “양측이 공급망 및 안보 취약성을 해결하고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청정에너지 기술에 대한 의미 있는 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등 8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열리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첫 장관회의에 더 많은 내용을 할애했다. 미국의 우선적 관심사는 한국 전기차 차별 문제가 아니라 대중 견제 구상에 대한 한국의 협조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미 상무부는 8~9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IPEF 첫 장관급 회의를 개최한다. IPEF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 경제협력체로 지난 5월 공식 출범했다. 안 본부장을 비롯해, 일본·호주·뉴질랜드·인도 등 14개 회원국 통상장관이 모두 참석한다.

참가국들은 무역·공급망·청정경제·공정경제 분야에서 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게 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IPEF 첫 장관회의 성명문에 ‘공급망의 위기관리 메커니즘 구축’ 목표가 담길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참가국들이 성명에 동의할 경우, 내년부터 반도체·의료물자·희토류·배터리 등 주요 물자를 회원국끼리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

다만 한국과 아세안(ASEAN) 등 참가국 대부분이 중국과 밀접한 경제적 관계를 맺고 있어 ‘대중 견제’라는 소기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따른다.

당장 안 본부장은 IPEF 회의 직전인 8일 오전 중국 푸젠성에서 열린 ‘제22회 중국 국제투자무역상담회’에 화상으로 참석하는 등 중국과의 높은 교역 의존도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 최대의 투자박람회인 이 상담회에 한국은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주빈국으로 초청됐다. 안 본부장은 영상 축사에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 플랫폼을 통한 안정적 기업 환경 조성과 함께 디지털전환·탄소중립 등 신통상의제 대응을 위해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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